국내 석유화학업계 덮친 중국발 공급과잉…구조조정 시급
중국산 저가 공세에 에틸렌 스프레드 약세까지 직격탄 여천NCC, 2017년 영업익 1조원대에서 최근 부도 위기까지 전락 LG화학·롯데케미칼 등 대형사들도 적자 폭 6.8배 확대 업계 "단기 자금 수혈로는 구조적 불황 못 벗어나"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이중 악재에 휘청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 자금 지원만으로는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며 정부 주도의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산업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는 208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 기업이 생산한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지표로써,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을 드러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250~300달러 수준이 손익분기점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 수준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인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국산 저가제품의 과잉 공급으로 가격경쟁력까지 잃으면서, 구조적 위기에 처해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인 여천NCC다. 2017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며 업계 ‘알짜 기업’으로 불렸지만, 불과 10년이 채 안 돼 누적 적자가 8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며 합작사인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추가 자금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한화는 비교적 일찍 자금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DL은 당초 워크아웃(기업회생절차)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듯한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 여천NCC 부도 우려가 한동안 확산되기도 했다. DL은 결국 지난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며, 이 자금은 여천NCC 회생에 투입될 전망이다.
여천NCC 사례는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0년대 들어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에틸렌, 폴리에틸렌 등 주요 제품 공급이 급증했고, 국내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여기에 고환율, 원자재 가격 변동성,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실제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4개사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합계가 4762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6.8배 확대된 수치다. 대기업조차 이 정도 상황이니, 중견·중소 석유화학 업체들은 존폐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DL의 유상증자 결정이 여천NCC의 단기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산업 전반의 구조적 불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과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의 저가 물량 공세에 대응하려면 기업 단위 해결책을 넘어선 국가 차원의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장기 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