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해체·기재부 정책 통합 연기…발표 시점은 '미정'

- 국정기획위 내부 이견과 헌법 논쟁이 발목 - 여권 신중론 확산…'이슈 블랙홀' 우려까지 - 17년 이원체계 개편 불투명…업계 '일단 대기' 모드

2025-08-12     나아영 기자
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13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금융정책 일원화 등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정기획위원회 내부 이견과 여권의 회의론으로 연기되면서 17년간 이어진 금융정책 이원 체계의 변화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금융감독 권한의 민간기구 이관을 둘러싼 헌법적 논쟁과 '이슈 블랙홀' 우려까지 겹치면서 조직개편 논의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12일 국정기획위원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금융위원회 해체와 기재부 중심의 금융정책 일원화 등 조직 개편안은 발표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당초 17년간 이어진 금융정책 이원 체계를 종료하고 기획예산처를 재설치하는 대대적 개편이 예고됐으나 국정기획위 내부, 여권에서 제기된 찬반 이견으로 발표가 미뤄졌다. 이로써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통합 이후 추진된 근본적 재편 시도는 일단 중단된 셈이다.

조직개편 연기의 주요 원인은 국정기획위 내부의 의견 충돌이다.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조직개편 필요성을 강조한 한편, 일부 위원들은 효율성과 법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금융감독 권한을 민간기구에 부여하는 것이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2017년 법제처는 행정기관이 직접 수행해야 할 금융감독업무를 민간기구에 이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공식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이 특별법에 근거한 공법인임에도 정부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여권 내부에서는 조직개편을 둘러싼 신중론이 확대됐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와 관련해 내부 논의가 신중히 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당내 온도차가 노출됐다. 특히 최근 국제 통상 환경 변화, 산업 분야의 경쟁력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현행 금융정책 체제가 운영상 큰 문제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개편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 효율성 논의에 신중을 기했다. 한편, 국정기획위원회는 조직개편 이슈가 '이슈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급한 국정과제의 우선순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주요 국정과제 발표가 조직개편으로 인해 상대적 주목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대국민보고대회에서는 '진짜 성장'을 핵심으로 AI 3대 강국 도약, 100조원 국민성장펀드 등 경제 분야와 개헌, 검찰 수사·기소 분리 등 정치 개혁 과제가 중점적으로 소개된다. 조직개편은 후순위로 밀렸으며, 향후 별도 발표나 보류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통령실의 공식 결정이 반영될 때까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은 미정인 상태다.

금융업계에서는 조직개편 발표 연기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개편 방향과 시점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업계 대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개편 발표 연기로 당분간 현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조직개편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업계로서는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개편 방향이나 시점이 명확해지면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