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전기차 생산" 선언한 포드...중국산 '폭우' 속 생존 전략 모색
2027년부터 4000만원 대 전기 픽업트럭 생산 약 7조원 투자해 전기차 생산라인 효율성 제고 현재 중국과 직접적 경쟁 없지만, 향후 대비해 선제적 투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미국 포드자동차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저가형 전기차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히며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의 중후한 이미지를 희석시키며 가격 경쟁에 나선 것인데,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선전이 전방위적 압박으로 다가왔을 거란 분석이다.
포드는 2027년부터 약 3만 달러(한화 약 4000만 원) 가격대의 중형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한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를 위해 켄터키주 루이빌의 기존 내연기관 차량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미시간 배터리 공장을 포함해 총 50억 달러(약 6조 8000억 원)를 투자한다.
루이빌 공장에는 20억 달러를 투입해 새로운 범용 전기차(EV) 플랫폼과 새로운 생산 방식을 도입한다. 이번 플랫폼은 기존 대비 부품 수를 20% 줄이고 조립 속도를 15%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컨베이어 라인 대신 ‘조립 트리(assembly tree)’라 불리는 모듈식 생산 방식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
미시간 공장에는 30억 달러를 투자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자체 조립·생산한다. 이는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포드는 이번 전환을 20세기 초 ‘모델 T’가 대량생산 체제를 연 것에 비유하며, 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결정적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미국시장에 안 파는 중국 전기차, 포드가 선제적 조처 취한 이유는?
포드는 중국을 의식해 이 같은 결정을 했지만, 포드와 중국산 전기차는 아직 경쟁 선상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포드 전체 판매량의 60%가 미국에서 나오는데, 중국 전기차는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중국산 전기차는 아직 군침을 흘리며 미국 시장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올해 9월 이후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 자체가 일몰되며 미국 내 전기차 수요는 한동안 정체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포드가 전기차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처로 해석된다.
지금 저가형 전기차 생산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기회를 아예 박탈당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포드 수뇌부에 엄습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BYD, 지커(Zeekr), 샤오펑(Xpeng)과 같은 중국 전기차들은 유럽·동남아·남미 등지에서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모델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5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숨통을 조이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하면 포드의 확장성이 좁아지면서 계속 북미 시장에 고립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 Y를 한국·유럽 등에 수출하며 가격 인하 경쟁을 촉발한 것도 포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국 내 정권이 바뀌고, 세계 정세가 바뀌면 중국산 전기차가 언제든 북미 시장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포드의 전략이 미국 내 전기 픽업 시장의 가격 하한선을 크게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그룹도 가격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