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시장 겨냥 현대차–GM 동맹, “브라질에서 폭발적 성장 기대”
픽업, 소형차 분야에서 양사 협력해 중남미 시장 공략 성장 잠재력 큰 브라질 시장 특히 주목 정의선 회장 작년 브라질 방문해 "브라질은 전략적 파트너" 언급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 동맹인 현대차–GM 연합이 중남미를 핵심 공략 시장으로 지목했다.
현대차는 지난 7일 GM과 손잡고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차 △소형 SUV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차량을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양사가 MOU를 체결한 이후 나온 첫 공식 발표로, 모든 모델의 양산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이 가운데 북미 시장에 출시할 전기 상용 밴을 제외한 나머지 4종은 모두 중남미를 타깃으로 한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현지 사정을 감안해 전기차 대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병행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 브라질 ‘언더독’ 현대차·GM… 피아트 아성에 도전
당초 업계에서는 작년 MOU 체결 당시 북미 시장이 주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라인업이 취약한 GM이 현대차의 전기 상용 밴을, 현대차는 GM의 픽업트럭을 리배징(rebadging)해 판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양사가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협업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공동 개발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남미 시장에서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특히 브라질 시장의 향방이 주목된다.
브라질은 인구 약 2억 1200만 명, 평균 연령 35세 전후의 젊은 인구 구조를 갖춘 잠재력 높은 시장이다. 2024년 신차 판매량은 약 263만 대로 최근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하며 세계 6위 자동차 시장에 올랐다.
현재 브라질 1위 브랜드는 피아트로, 올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 21.5%를 기록했다. 1976년 현지 진출 이후 중저가부터 고급차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해왔다. 그 뒤로는 폭스바겐이 16%로 2위를 차지한다.
현대차와 GM은 각각 10% 안팎의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GM은 1920년대 쉐보레 브랜드로 브라질에 진입했지만, 주로 중고가 세그먼트에 집중했고 부품 현지화가 미흡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다. 현대차는 HB20, 크레타(Creta) 등 일부 차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핵심 세그먼트인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 협업은 양사의 약점을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GM은 현대차가 약세를 보이는 픽업트럭 공백을 메우고, 현대차는 중소형차 플랫폼을 제공해 노후화된 GM 라인업을 보강한다.
무엇보다 기술개발 및 자재 조달을 공동으로 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양사 모두 브라질에서 비교적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며 볼륨 판매에는 힘을 얻지 못했다.
향후 공동생산 체계를 갖추면 다양한 신차를 경제적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정의선 회장, “브라질은 현대차의 동반자”
현대차그룹의 브라질 공략 의지는 정의선 회장의 발걸음에서도 확인된다. 정 회장은 2024년 2월 브라질을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과 타르치시오 드 프레이타스 상파울루 주지사를 잇따라 만나며 정부 차원의 협력 의지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브라질을 ‘현대차의 전략 시장’으로 규정하고, 2032년까지 약 11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수소·전동화·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피라시카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상파울루대 온실가스 혁신센터와 친환경 기술 공동 연구 및 인재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현지 사회공헌 활동과 노사 문화까지 강조하며 “현대차는 단순한 판매 기업이 아니라 브라질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이번 행보가 GM과의 중남미 합작 전략과 맞물려 현대차의 브라질 입지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유통·정부 관계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접근은 장기적으로 피아트와 폭스바겐이 장악한 시장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흔드는 상황에서 기업 간 합종연횡은 불가피하다”며 “브라질은 내수 시장 잠재력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등 인근 남미 국가로의 수출 거점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 중남미 공략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