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대신 하이브리드 타는 美... 경쟁자 적어 "현대차에 긍정적"
미국 내 주춤한 EV수요, 하이브리드가 흡수 독일차, GM은 하이브리드 라인업 약해... 현대차 경쟁자 적어 최대 경쟁 상대는 일본차, 미국 내 경쟁 치열해질 전망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추세가 현대차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주춤한 전기차 수요를 하이브리드 차량이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에서 순수 전기차의 점유율은 작년 3분기 8.9%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4분기부터 다시 소폭 감소해 올해 1분기에는 8% 초반대로 하락했다. 전기차 판매량 자체는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전체 판매량에서의 비중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테슬라의 판매량도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약 9%와 12%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치적 행보가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지만, 전기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한 김 식은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광활한 국토 면적에 비해 충전 인프라 밀도가 낮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4월 미국 갤럽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고 답한 미국인은 2024년 16%에서 2025년 11%로 대폭 줄었다. 여기에 미국 감세법으로 인해 9월 이후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가 전면 폐지되면 판매량은 더욱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 자체가 시들해진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친환경 차량 판매 비중은 20%에 달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하이브리드가 이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연비 효율을 높이고, 충전 불편이 없는 절충안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이 각광받는 모양새다.
▲ 제한된 하이브리드 제조사... 현대•기아 수혜가 기대되는 이유
이처럼 전기차의 수요가 주춤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늘어나는 건 현대차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전기차는 테슬라를 주축으로 대부분의 레거시 제조사들과 스타트업까지 뛰어들고 있는 레드오션이지만,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력을 갖춘 기업은 비교적 소수이기 때문이다.
독일 기업들은 하이브리드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혹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주력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란 전기모터가 시동, 및 가속시에 작은 동력을 전달하는 형태로 전기모터의 개입이 풀하이브리드보다 훨씬 적어 친환경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용량과 모터 구동력이 큰 대신 충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전기차와의 변별력이 약하다.
유럽의 엄격한 환경규제로, 독일 제조사들이 풀하이브리드 개발을 건너뛰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개발에 집중한 것이 미국 시장에서는 패착이 됐다.
미국 내 점유율 1위인 GM 역시 그간 풀하이브리드 개발과 생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성장 흐름에 탑승하지 못했다. GM은 뒤늦게 시장 흐름을 판단하고 현대차그룹과 MOU를 맺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공동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경쟁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하이브리드 판매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경우 올 1분기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년 대비 68% 급증하며 EV 판매 증가율(3%)을 크게 앞질렀고 기아 미국법인도 2025년 상반기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무려 70% 증가하며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도합 약 85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성장했는데, 하이브리드 차량이 성장을 견인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산타페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SUV 차종이 주력 모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당초 전기차 생산기지로 만들었던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일부 생산라인을 개조해 하이브리드 생산을 노린다. 첫 타자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라인 개조를 마무리짓고 내년부터 생산에 돌입한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큰 차 수요가 높은 미국에서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 최대 라이벌은 일본, 현대차 "유연하게 시장 대응할 것"
다만 토요타와 혼다 등 전통적인 하이브리드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의 아성을 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토요타의 경우 하이브리드의 이정표 격인 프리우스를 필두로 중형 SUV 라브4와 하이랜더 등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탄탄하다. 올해 상반기 토요타의 미국 내 판매 중 50% 이상이 친환경 차량이었는데 이중 대다수가 풀하이브리드였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 힘입어 토요타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역대 최대의 성적을 거뒀다.
혼다 역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호조세다. 작년 혼다와 아큐라 합산 친환경 차량 판매는 약 35만 대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는데, 그 중 약 31만 대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혼다 역사상 최다 하이브리드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혼다는 2025년 상반기에 시빅(Civic) 하이브리드를 새로 투입하고 CR-V, 어코드 등의 하이브리드 트림 공급을 확대했다. 그결과 1분기 혼다 어코드 판매의 50% 이상이 하이브리드였고, 시빅 판매 중 31%가 하이브리드일 정도로 소비자 선호가 빠르게 하이브리드쪽으로 이동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판매의 중요성을 그룹 측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다양한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소비자 반응을 예의주시하며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대처할 것"이라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15% 관세가 더해진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호조세를 이어가는 건 긍정적이다. 하이브리드 차종은 수익성 면에서 내연기관이나 전기차보다 낫기 때문"이라며 "소비자가를 마냥 높일 수는 없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늘어나면 관세로 인한 지출 부담을 한층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