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주 운정 사전청약 4자 책임회피 속 LH '땅장사'…사업실패 책임 ‘나몰라라’

사전청약 후 3년 넘게 입주 지연, 당첨자 기회 비용 모두 소실 시행사는 당첨자 명단 숨기기, LH는 토지 매각, 국토부·파주시는 책임 ‘핑퐁’

2025-08-07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파주 운정신도시 GTX 운정중앙역 인근 특별계획구역에서 진행된 민간 사전청약이 사실상 전면 무산되면서, 수백 명의 당첨자들이 장기간 피해를 입고 있다.

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사전청약에 당첨됐지만, 시행사 부도와 행정적 공백으로 본청약은 3년 이상 지연됐고, 일부는 법적 자격까지 상실했다. 그 사이 LH는 2천억 원이 넘는 계약금을 몰취하고도 후속 조치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LH·파주시·시행사(인창),모두 책임 회피..."당첨자 명단 없다, 통보 의무 없다"

문제는 2022년 6월에 시작됐다. LH는 GTX-A 노선 운정중앙역 인근 주상복합용지(1,2,5,6블록)를 민간 시행사 인창개발에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고, 해당 부지에 대해 사전청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인창개발은 계약금 10%만 납부한 채 중도금과 잔금을 내지 않아 2025년 5월 LH가 계약을 해지했다. 

문제는 사업 무산 이후에도 행정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8조의3에 따르면,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지체 없이’ 사업취소 사실을 통보하고, 당첨자 명단을 LH, 청약홈 등 관련 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인창개발은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통보 의무가 없다'며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LH는 당첨자 명단을 확보하지 못해 후속 재공급 공고조차 못 내고 있다. 

파주시는 2025년 5월 15일 인창개발 측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국토부는 '통보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렇게 행정 공백은 4자(국토부·LH·파주시·시행사 인창)간 책임 전가로 이어졌다. 사업은 무산됐지만,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이후 주거 대안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

피해자, 당첨 후 2년 넘게 청약도 대출도 못 받아

피해자들이 입은 손실은 단순한 입주 지연이 아니다. 피해자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막내가 돌 때 당첨됐는데 지금 다섯 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입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사전청약 기간 중 중복청약이 금지되면서 다른 청약 기회도 박탈당했고, ‘생애최초 주택’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 몇 년간 무주택 상태로 고액의 전월세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고 했다.

또한 "신혼부부 전용 대출(DTI, DSR, 디딤돌 등)을 계획했는데 혼인 기간과 자녀 연령 요건이 초과돼 법적으로 자격이 사라지는 2차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A씨는 “당첨 이후 2년 6개월 동안 청약 기회를 완전히 잃었고, 주거비와 자격 유지 비용은 전적으로 우리가 감당했다”며 “따라서 몰취된 1,189억 원의 계약금 전액은 최소한 피해 보상이나 공공인프라 조성에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LH "매각 예정 부지라 구조 변경 어렵다"…대통령도 비판

LH는 해당 부지가 원래 민간 매각용으로 계획돼 있어, 공공 직접시행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LH 홍보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장 빠른 방식이 재매각이며, 당첨자 명단이 없어 재공급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 발언과 충돌한다. 2025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 자체에 공공의 역할 부족이 있다”며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LH가 직접 수용한 토지라면, 공공이 책임지고 직접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운정중앙역 부지는 전체 6개 블록 중 3,4블록은 재매각됐지만, 나머지 블록은 여전히 미지정 상태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는 “역세권과 같이 SOC(사회간접자본) 연계성이 높은 부지는 민간 매각보다 공공주도로 통합 개발해야 한다”라며 "공공이 시행하고 민간이 시공에 참여하는 구조라면 품질·속도·공공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