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눈독 들이는 中 전기차..."관세는 부담, 보조금 정책 손 봐야"
중국산 테슬라 모델Y, 국내 수입차 중 단일 모델 판매량 1위 중국 전기차, 관세로 막힌 미국과 유럽 대신 한국 시장으로 정조준 관세 부과는 힘들어, "국내 산업 기여도로 보조금 차등지급" 주장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전동화 전환의 과실을 중국 기업이 따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 관련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 같은 논란을 점화한 것은 테슬라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Y가 국내에서 단일 차종으로 판매 1위를 지키며 7월 한달 동안에만 6559대를 팔았기 때문이다. 해당 모델의 올해 누적 판매대수는 1만 7283로, 전체 수입 승용차 판매의 약 10.5%를 차지한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을 아시아·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산 허브로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은 상하이 공장의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델3도 한국 수입차 중 단일 차종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또한 국내에서 조용히 호평을 쌓아가고 있는 폴스타도 전량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국내 승용차 역사상 중국산 제품이 이토록 흥행을 한 사례는 전무후무하다. 테슬라와 폴스타를 기점으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 추후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에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관세로 막힌 유럽과 미국·전기차 안타는 일본...한국시장이 달콤한 이유
중국은 현재 연간 전기차 1000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내부에서 과잉생산으로 인해 기업 간의 출혈 경쟁이 과격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동화 전환율도 50%에 육박해 내수 시장은 좁아지고 있는데, 생산만 많아지고 있는 것.
수출 판로를 넓히지 않으면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며, 국가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판매처를 찾고 있는데 글로벌 시장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유럽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미국은 10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 중이다. 게다가 9월 이후로 전기차 세액공제 제도가 일몰되며 중국산 전기차 진출은 더더욱 '언감생심'이 됐다.
3위 자동차 시장인 일본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전동화 전환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침투가 어렵다. 일본은 충전 인프라가 한국의 1/3 수준으로 소득수준 대비 상당히 열악하다.
한국은 내수 규모가 작지만 일본보다는 높은 전동화 전환률을 보이고 있고, OECD 국가 중 충전 인프라가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한다. 무엇보다 관세가 없고, 조건만 만족시키면 보조금 지급에도 차등이 없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충분히 눈독을 들일만 하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향후 동남아, 남미 등 제 3국에 진출할 때에도 브랜드 파워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현재 국내에 정식으로 진출해 있는 BYD 외에 한국 진출에 가장 근접한 중국 브랜드로는 지커가 있다. 지커는 지리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이미 한국 법인을 내고 폴스타와 BMW 임원을 거친 업계 베테랑을 총괄로 임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를 시작한다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내년 중 적어도 한 가지 모델은 론칭할 것으로 업계가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 장안자동차, 립모터가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시기와 단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 공략 로드맵에서 한국을 전략적 거점으로 검토 중이라는 후문이다.
▲ 관세는 현실성 없어... 보조금에 '국내 산업 기여도' 평가 넣어야
중국산 전기차의 '러쉬'가 무섭다고 당장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처로 국내 수출업에 큰 타격이 온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를 들먹이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유발하는 건 '긁어 부스럼 만들기'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국내 전기차 전환율이 약 10%로 저조하고 국내에 론칭한 BYD도 올 상반기 약 1300대의 차를 파는데 그쳤다. 외교 분쟁의 불씨를 만들면서까지 중국 전기차에 당장 관세 패널티를 주는 것은 과도한 대응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보다 국내 산업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기준에 '국내산업 기여도'를 추가하는 방향이 언급되고 있다. 국내에서 최종 조립을 했거나, 국산 부품을 사용하면 보조금 지급에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미국이 IRA를 통해 자국에 생산 시설을 빨아들이고 제조업 부흥을 꿰한 것처럼, 국내도 이를 벤치마킹 하자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한국 시장이 그토록 달콤한 유혹이라면 한국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서 품질 경쟁이 이뤄지면서도, 국내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의 몰락 사례가 보여주듯, 공산당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가들은 자국 내에서만 몸집을 불리기 보다는 해외에 사업 거점을 만들고 싶어한다"며 "한국이 국내 투자를 유도하면서 명분을 만들어주면 중국 기업들은 이에 응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BYD가 국내에 진출할 때, 이전에 GM공장으로 사용되던 군산공장을 BYD가 인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 추측이 거셌다. BYD는 계획에 없다고 선을 그엇지만, 업계는 계속 중국계 기업이 군산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주장에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 생산시설이 다수 빠져 나가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의 투자로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막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내포돼 있다.
현재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유럽은 BMW와 벤츠를 오히려 미국에서 역수입 해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한국도 현대차그룹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빠르게 이전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을 유도하도록 보조금 기준을 신설해 생산 기지의 추가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