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재편 장기화 조짐...당국 압박에도 '매각 교착' 지속
상상인-OK저축은행 인수 무산 침체된 업황에 원매자 실종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다르단 평가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주요 저축은행 매각 협상이 잇따라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상상인·페퍼저축은행 등 대형사 매각까지 틀어지며, 업계 구조조정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가 자율 구조조정 기조에 따라 매각 협상에 나섰지만 대표 매물로 꼽히던 상상인저축은행과 OK금융 간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인수가격과 부실자산 처리 방식 등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수개월간 이어온 협상이 최근 중단됐다. 상상인 측은 현재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와의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퍼저축은행도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는 등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동력 자체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매각이 성사된 사례는 라온저축은행이 유일하다.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둔 라온은 KBI국인산업에 지분 60%가 매각됐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라온은, KBI그룹의 증자 및 정상화 계획이 금융당국에 받아들여지면서 인수가 승인됐다. 다만 지방 소형사에 국한된 사례로,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저축은행은 20곳에 달하지만, 대부분 원매자를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실사 일정조차 나오지 않는 곳이 많고, 인수의향서(LOI) 제출 이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매각 지연의 근본 원인으로는 업황 악화가 지목된다. PF 부실, 경기 둔화 등의 요인이 겹치며 자산 건전성이 약화되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매력도가 떨어진 상태다. 기존 주주는 높은 매각가를 고수하고 있지만, 원매자들은 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저가 인수를 선호하면서 양측 간 가격 괴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가 새로운 인수 주체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들 역시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적극적 나서기보다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애큐온저축은행은 2019년 홍콩계 PEF 운용사 베어링PEA에 인수된 사례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구조조정 양상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는 다르다"며 "당시엔 대규모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며 강제 퇴출과 공적자금 투입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부실이 국지적으로 분산돼 있고, 당국도 시장 자율 원칙에 기반한 정리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티기와 눈치보기만 이어질 경우, 일부 중소형사의 부실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