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대주주 요건 강화, 리츠시장에 찬물…'장기보유 자산'에 역행

- 실물 부동산에 매여있는 자산 → 부동산 금융화 전환 구호 무색 - 부동산 전문가, '리츠 오래 들고 있으면 벌 받는 구조' 지적

2025-08-04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대주주 요건 강화 정책이 국내 리츠(REITs) 시장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산의 실물 편중을 해소하고 리츠 활성화를 통해 부동산 금융화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달리, 실질적으로는 장기 보유 기반 자산인 리츠 투자에 불리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증권거래세율도 현행 0.15%에서 0.20%로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리츠 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자산 배분의 다변화를 막고, 특히 장기 보유를 전제로 설계된 리츠 구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츠는 본래 부동산 임대수익을 정기 배당으로 돌려받는 장기 보유형 상품인데, 보유액이 10억 원만 넘어가면 대주주로 간주되어 양도세와 복잡한 신고 의무가 발생하면 장기 보유 유인이 사라진다”며 “국내 리츠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신뢰 기반이 아직 취약한 국내 리츠 시장에서 정부의 과세 강화 조치가 '정부가 리츠를 장려하지 않는다'는 역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리츠에서 거래 정지, 회계 이슈가 발생하며 투자자 신뢰가 낮아진 상황에서, 정책적 불확실성까지 겹칠 경우 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리츠 전문가는 "싱가포르와 일본의 리츠 시장은 시가 총액 기준 120조에서 130조 규모의 시장인데, 우리나라 리츠의 자산 규모는 약 18~20조 원으로 매우 작다"라며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마치 동네 마트 일부 지분을 사들였다고 기업 오너 취급을 받는 꼴로, 시장 규모에 비해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리츠는 고배당을 목적으로 장기 보유하는 구조인만큼 장기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부 정책이 이렇게 되면 리츠 본연의 역할인 자산금융화와 안정적 인컴 투자 수단이라는 본질도 무의미해진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주주 요건 강화와 증권거래세 인상 등 과세 강화 조치보다, 리츠 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세제 인센티브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금 계좌 편입 확대, 배당 수익에 대한 일정 세제 감면, 장기 보유자 인센티브 부여 등이 대표적 대안으로 꼽힌다.

금융 전문가는 “한국 사회의 자산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몰려 있는 구조를 전환해야하는데, 최근 정부 정책은 ‘주식 장기 보유 시 벌을 받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실물 부동산이 아니라 금융화된 리츠로 자산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만들어 주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