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인하 불발…향후 승부처는 품질 경쟁력
한미 관세 협상서 철강·알루미늄 제외, 상호관세는 15%로 인하 트럼프 대통령, 철강산업 보호 명분으로 고율 관세 고수 국제 동등 환경 속 수출 확대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 필요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상호관세 인하 협상 과정에서 철강에 부과된 50% 관세의 인하를 요구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철강업계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관세 인하가 성사됐다면 한국 철강 기업들의 대미 수출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수 있었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관련 품목이 아예 제외됐다.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도 15%로 조정됐다. 그러나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등 주요 금속 품목은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강에 50% 관세가 부과돼 있어 여러 면제 방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유지)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기존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에는 이를 50%로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철강산업이 밀집한 러스트 벨트 지역 백인 노동자층을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관세 인하에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역시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철강 품목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를 인정받지 못했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2.5%(기존 관세 포함 시 15%)로 낮췄지만, 철강에는 50%의 고율 관세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4만톤으로 전년 동월(21만톤)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율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현지 판매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철강이 빠졌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미국이 다른 주요국에도 동일한 조건을 적용한 만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만약 관세율이 낮아졌다면 국내 기업들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는데 50% 관세가 유지된 것은 너무 아쉽다”며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 철강업 부흥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관세를 유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지만 미국이 다른 나라에도 철강은 50%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결국 같은 환경에서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