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김동관·류진 등 재계 총수, 관세 협상 '숨은 주역'..."조선·반도체·2차 전지·바이오 등 제조 협력"

- 이재용, '구글 캠프' 참석 취소 후 미국행 '총력전' - 정의선, 공화당 출신 정계 인사 등과 측면 지원 - 김동관, 조선 협력 'MASGA' 프로젝트 '앞장' - 류진, '미국통'으로서 정계 등 네트워크 총동원

2025-08-01     박근우 기자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타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은 당초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에 참석 예정이었으나 미국행을 택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우리 기업들도 조선업 등 제조업 협력 방안 도출 과정에서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원팀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재계는 지난 28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이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3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잇달아 관세협상 지원을 위해 정부 대표단에 합류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제안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세부 투자 내용 등에 대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정부 대표단과 즉시 통화 가능한 '핫라인'을 구축했다. 한국 조선업체의 미국 현지 투자와 협력 방안에 대한 미국 측 질문 등에 바로 답할 수 있도록 대기했던 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모임 '구글 캠프' 참석을 취소하고 정부 대표단에 힘을 보탰다. 이재용 회장은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다. 특히 지난 28일 삼성전자는 테슬라에 2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계약을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테슬라에 공급키로 한 것. 미국과의 반도체 투자 논의에 직간접 영향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영입한 공화당 소속 드류 퍼거슨 전 하원의원과 함께 정부를 지원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로 투자하기로 한 지역인 루이지애나주 출신 마이크 존스 공화당 미국 하원의장 등과도 소통하며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도 미국 공화당 의원 및 정부 인사 등 정계 핵심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측면 지원했다. '미국통'으로 꼽히는 류진 회장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한미의원연맹과 일정을 함께하며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면담하기도 했다. 

한편, 재계는 관세 협상이 타결되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논평을 내고 "경제계는 대미 통상 협상 타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미 경제 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이번 합의는 수출 환경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며 "양국 간 산업협력 고도화를 위한 펀드는 우리 기업들이 조선,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기업 관련 법안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신중한 검토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제 8단체가 개최한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협상 타결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주제 발표를 맡은 강태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오늘 발표된 내용까지 총 4500억 달러 규모"라며 "기업 투자라는 성장 엔진이 국내가 아닌 미국으로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과가 국내 입장에서는 투자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 가능성도 우려한다. 이번 합의로 조성될 3500억 달러 펀드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 펀드이고, 2000억 달러는 반도체·원전·2차전지·바이오 등에 대한 대미 투자펀드로 구성된다. 2000억 달러 펀드는 금융 패키지 위주라서 기업들이 정상회담에 대비해 별도의 투자를 해야 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