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대출제한' 검토 본격화…은행-ESG업계 "준비·기준 재정비 필요"

- 시중은행 ESG 평가 활용도 제한적…대출심사 정량 체계 미도입으로 즉각 제재 어려워 - 은행권 '내부규정 전면 개정 필요'…업계 전체 체계적 준비 시간 요구 - 금융당국, 인센티브·제재 병행 검토…상장사 ESG 평가 중대재해 비중 확대

2025-07-30     나아영 기자
이재명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당국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대출 제한 방안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제도 도입 시 충분한 실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노력을 종합 고려한 차별적 평가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위원장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중대재해 발생 기업 대출 규제 강화 방안의 세부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들의 여신업무 관련 내규를 조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들의 여신업무 관련 내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재무 요소 반영 방식에 대한 현황 파악과 개선 방안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주요 시중은행들의 ESG 평가 활용도는 아직 제한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즉각적 제재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ESG를 비롯한 비재무 지표가 대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으며, 정성적인 평가 의견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대출 심사에 중대재해 등 ESG 관련 요소를 정량적으로 반영하는 체계를 도입한 은행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기업대출 심사 과정에서 정성적인 평가의 보조적 의견으로 활용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기업이 특정 ESG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면 신뢰도를 높이는 참고 자료로 활용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ESG 우수 기업에 대해서는 금리 감면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ESG 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리 감면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은행권이 중대재해 기업 대출 제한 방안 도입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시간적 촉박함으로 나타났다. 앞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면 내부 규정 등을 전면 개정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과제인 만큼 체계적인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ESG 평가 업계에서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무적 혼선을 더욱 크게 우려하고 있다. ESG 평가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획일적 접근보다는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심층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대출 계약에 미칠 영향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부담 등도 신중히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제재와 함께 인센티브 정책도 병행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관리에 적극적인 기업에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단계적 제재 방안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업계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적 기준 설정과 함께 기존 대출에 대한 영향 최소화 방안도 병행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