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보수 전쟁 확산…KB·한투도 합류, 중소형사는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
S&P500·나스닥 ETF 보수 0.006%대까지 인하…대형사 ‘규모의 경제’ 앞세워 주도권 강화 신한·한화·키움 등 중소형사, 고수익 테마·솔루션형 ETF로 차별화 전략 본격화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업계 1,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한 대형사들의 보수 인하 경쟁으로 ETF(상장지수펀드) 운용 보수가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업계 3,4위인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보수 인하 경쟁에 뛰어 들었다. 보수 인하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압박 속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형사 ‘보수 인하 전쟁’ 가속…중소형사엔 ‘수익성 압박’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TF 업계는 전례 없는 보수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연초 S&P500·나스닥 등 대표지수 ETF 보수를 낮추자,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최근 경쟁에 가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ETF 보수가 이미 저렴한 수준임에도 추가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형사는 ‘규모의 경제’로 수익을 방어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보수 인하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시장 점유율을 보면 대형사 독주는 뚜렷하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금일 기준 삼성자산운용(38.4%, 85조5828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33.3%, 74조2893억원)이 ETF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어 KB자산운용(7.8%), 한국투자신탁운용(7.6%)이 뒤를 잇고, 신한자산운용(3.9%), 한화자산운용(2.9%), 키움투자자산운용(2.2%)은 3% 미만 점유율로 ‘보수 인하 압박’ 속에 버티는 형국이다.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대형사의 자본력과 인지도를 앞세운 보수 경쟁은 중소형 운용사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 운용사는 대형사에 비해 인지도나 마케팅 리소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신한·한화·키움, ‘차별화 상품’으로 틈새 공략
중소형 운용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를 택했다. 신한자산운용은 ETF 업계 최초로 ‘월배당 ETF’를 선보이며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여기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조선업 등 특정 산업군을 타깃으로 한 테마형 ETF에서도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대표 상품인 ‘SOL 조선TOP3플러스 ETF’는 1년 수익률 125.56%를 기록하며 삼성·NH아문디·미래에셋 등 경쟁사 조선 ETF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보수 인하 경쟁에 참여하기보다는 투자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러티브 있는 ETF’를 만들고 있다”며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자산운용은 방산 ETF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PLUS K방산 ETF’는 1년 수익률 200.23%를 기록, 국내 전 ETF 상품 중 1위(1위 기준)에 올랐다. 한화는 ETF 전략에서도 독특하다. 채권형 상품 없이 주식형 ETF만으로 승부를 걸고 있으며, 틈새 테마 발굴에 적극적이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기존 상품들에 대한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강화, 국내 시장 유망 테마 발굴, 해외테마형ETF 라인업 확충, 연금 계좌 내 안전자산으로 활용가능한 차별성 있는 상품 출시 등 고객 수요와 시장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솔루션형 ETF'로 차별화를 선언했다. ‘단순 테마 ETF’ 대신 투자자의 자산 축적부터 인출, 노후대비까지 아우르는 상품군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하반기 ‘신뢰’, ‘안정’, ‘연금’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키움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며 “투자자가 생업에 집중하면서도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실제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키움의 ‘KIWOOM 고배당 ETF’는 1년 수익률 47.09%로, 배당 ETF 중 신한(+53.06%), 미래에셋(+47.8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편, 운용사 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최근 ETF 광고에서 ‘추가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가 금융투자협회의 지적을 받고 광고 문구를 삭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운용업계에서는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면서 업계 1위마저 마케팅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라며, “투자자 신뢰를 중시해야 할 리더십과 맞지 않는 행보”라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