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1.5조원 최대 실적 뒤 숨은 리스크 관리 위기

-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8.2% 증가에도 경영평가 2007년 이후 첫 B등급 - 882억원 부당대출·40억원 추가 적발로 내부통제 시스템 결함 드러나 - 중소기업 지원 확대와 리스크 관리 강화 상충하는 딜레마 과제 직면

2025-07-25     나아영 기자
IBK기업은행.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IBK기업은행이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조508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같은 날 발표된 경영평가에서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B등급을 받으며 내부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났다.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과 반복적인 리스크 관리 실패가 중소기업 금융 선도 기관으로서의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기업은행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1조5086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별도 기준으로도 1조3272억원으로 전년보다 5.4% 늘어나면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수치를 경신했으며,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58조5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조3000억원(4.6%) 증가해 시장점유율 24.43%라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금리 하락 환경에서도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비이자이익의 급격한 증가가 있었다. 이자이익은 3조80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지만, 비이자이익이 4856억원으로 전년 동기(1591억원) 대비 205.2% 급증하며 전체 수익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과 경기 회복 지연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중소기업 지원을 지속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과 대조적으로, 같은 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경영실적평가에서 기업은행은 2007년 평가 도입 이후 처음으로 B등급을 받았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그간 2012년과 2021년 S등급을 포함해 A등급 이상을 유지해 온 기업은행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금융권에서는 연초 발생한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이 평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은행 퇴직 직원이 현직 배우자와 공모해 2017년부터 7년간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은 사건이 내부통제 시스템의 체계적 결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 6월 경기도 소재 지점에서 지점장을 포함한 7명이 연루된 40억원대 부당대출이 추가로 적발되면서 문제의 구조적 성격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단순한 개별 일탈이 아닌 조직 차원의 시스템 실패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적극적인 중소기업대출 확대 정책의 부작용도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7%로 전분기(1.34%)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으며, 경기침체에 민감한 업종별 연체율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소매업 연체율은 1.04%로 지난해 상반기(0.87%)에서 0.17%포인트 상승했고, 제조업 연체율도 0.73%에서 0.91%로 증가했다. 음식·숙박업의 연체율은 1.80%로 1분기 만에 0.26%포인트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기업은행이 대형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기피 상황에서 시장 공백을 메우며 양적 성장을 추진했지만, 이 과정에서 리스크 심사와 사후 관리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최대 실적 달성의 주요 동력이 외환파생과 유가증권 관련 수익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외환파생 관련 손익이 전년 상반기 적자 529억원에서 올해 2075억원 흑자로 전환됐고, 유가증권 관련 손익도 35.6%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익 구조가 본업인 여신 사업의 안정성과 대비될 때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 지원 확대와 내부통제 강화라는 상충하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IBK 쇄신 계획 이행을 통해 국민과 고객의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반복되는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대출 시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뤄왔지만, 연이은 부당대출 사건이 신뢰성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성장 전략과 내부통제 시스템 간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