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세와 감세법에 역대급 임단협까지...현대차, '삼중고'
품목별 관세 25%에 8월부터 상호관세 25% 추가 EV 세액공제 없어지며, 아이오닉·EV 시리즈 볼륨 감소 예상 노조 역대급 성과급·상여금 요구까지... 기업 골머리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차그룹이 대미 수출 관세와 미국 감세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그리고 노조의 역대급 임단협 요구안까지 올해 삼중고에 직면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의 관세정책과 감세법으로 현지 차량 판매량이 5만 대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역대급 성과급과 상여금에 정년연장 및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어, 그룹이 어떻게 난항을 헤쳐나갈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다.
▲ 관세협상 난항... 車가격 상승과 판매량 감소 불가피
현대차그룹이 대응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미 수출 관세다. 현재는 품목별 관세 25%가 적용되고 있으며, 농축산물 추가 수입 문제 등 레거시 산업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탓에 관세 인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국내 생산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생산라인을 조정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미 수출량은 25만4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만6424대) 감소했다. 반면 2분기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량은 20만256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1만7389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가동이 본격화되면 국내 생산 대비 미국 생산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대응 차원에서 HMGMA의 생산량을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에도 같은 세율의 관세가 붙고 있어, 가격 상승을 완전히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들이 미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자 움직이고 있지만, 단시간 안에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긴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에 확보한 재고도 거의 소진돼 현지 차값 인상은 가시화된 상황이다. 이미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멕시코 생산량이 많은 회사들은 1000달러 이상의 가격 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에 올해 2분기 미국 현지에서는 '패닉바잉' 현상이 일어나며 지난해 동기 대비 차량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다. 올 3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가격 상승과 함께 패닉바잉의 여파로 차량 판매량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 OBBBA로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 HMGMA 생산라인 어쩌나
미국 내 감세법(OBBBA)이 통과되며 오는 9월 30일부터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가 사라지는 것 또한 악재다. 세액공제 제도는 2022년 바이든 정부 시기에 IRA(Inflation Reduction Act)의 일환으로 도입돼, 새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를 공제해주며 미국 내 전기차 보급에 큰 역할을 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7조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HMGMA 공장을 신설했다. 세액공제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차량이 최종적으로 미국 내에서 조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액공제 제도가 오늘 9월 말에 일몰됨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볼륨이 현대차그룹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간 전기차 세액공제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중국, 유럽에 비해 유독 낮은 전동화 전환율을 보여왔다. 올해는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이 8%를 웃돌며 캐즘 극복의 실마리가 보였지만, 감세법 통과로 전기차 판매량 상승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 공장에서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을 비롯해 기아 EV시리즈와 제네시스 EV라인도 생산할 계획이었지만, 정책 변화로 인해 하이브리드 차종 생산에 집중하거나 일부 라인에서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쉽게 합의점 찾지 못하는 임단협... 노조 요구 강경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난항에 직면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노조의 압박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 노조의 요구안은 금전과 복지 양 측면에서 모두 '역대급'이라고 불린다. 현대차 기본급을 14만 1300원 인상하는 안에 더불어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여금을 900%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아는 현대차와 동일한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지만 성과급의 경우 순이익 기준이 아닌 영업이익 기준의 30%를 요구하며 더욱 강력한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작년 기아의 영업이익은 12조6671억원으로, 30%는 약 3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아 임직원 수는 약 3만 5500명으로, 요구대로 성과급을 나눠가질 경우 1인당 약 1억 700만 원을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현대차노조는 64세로의 정년연장과 주 4.5일 근무를, 기아노조는 동일하게 64세로의 정년연장에 주 4일제 근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지급해야 하는 특근수당이 늘어나며 결과적으로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현대차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데다가, 새정부의 노동자 우선 기조에 힘입어 노조가 강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 노사 모두 여름휴가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현재 10차 교섭까지 이렇다할 진전은 없어 올해 무분규 타결이 가능할지 업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을 발판삼아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며 시장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세계의 보호무역 기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관세 여파가 얼마나 큰 파장일지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