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 딜레마…청산가치가 더 높은 '역설적' 구조
청산가치 3조7000억, 계속기업가치 2조5000억…거꾸로 된 회생 구조 담보 여력 부족·고금리 차입…자금조달 현실성도 의문 투자자 손실 장기화 불가피…시장선 회생 가능성 회의적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가 본격화됐지만, 현실적으로 회생 가능성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있다. 법원이 제출받은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1조2000억원 높게 산정되며, 구조적 회생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를 둘러싼 핵심 변수는 ‘청산가치 보존 원칙’이다.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서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를 약 2조5000억원, 청산가치를 3조700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회사를 인수하려면 최소 청산가치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인수자는 2조5000억원 가치의 회사를 3조7000억원 이상 주고 사야 하는 비경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같은 구조는 M&A를 통한 회생 가능성 자체를 크게 떨어뜨린다. 특히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환전환우선주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체 상환전환우선주의 시장 가치는 약 9000억원, 이 중 국민연금 투자금은 5826억원에 달한다. 회수한 원금과 이익금 일부를 감안해도, 청산가치 이하에서의 매각에 동의할 경우 책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홈플러스 측은 부동산 담보를 통한 자금 조달 시나리오를 주장하고 있다.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담보로 설정해 LTV 기준 2조원 내외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자산은 장부상 가치에 기반한 것으로, 이미 상당수 자산이 고금리 조건으로 담보 설정돼 있어 실제 담보 제공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홈플러스는 자가 점포 약 60개를 담보로 제공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당시 적용된 금리는 최고 14%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추가 담보 설정이 어려운 상태로 보고 있다.
계속기업가치 산정의 타당성도 쟁점이다. 특히 앞선 보고서의 가정은 시장 상황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점포는 구조적 특성상 일반 상업시설처럼 전환하기 어려워, 청산 시 실현 가능한 금액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홈플러스의 확정채무는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53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 및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은 현재 원금 회수도 어려운 상태다. 조사보고서는 향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영업자산 처분을 전제로 해도,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현실적인 회생 시나리오는 장기 분할 변제를 통한 채무조정일 수밖에 없다.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즉각적인 채권자 변제는 어려우며, 10년 이내 분할 상환이 회생계획의 기본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측은 앞서 “회생절차를 통해 운영 정상화와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하다.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간 괴리, 담보 여력 부족, 실현 가능성 낮은 사업가정 등 여러 요인이 얽히며, 회생보다 청산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