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난 리츠, 고배당에도 '소외'…부동산 경기 악화에 ‘급락’
증시 활황 속 고배당에도 리츠 시장 부진 전문가, "여전히 투자자 신뢰 낮고 증자 여력도 제한적"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상장 리츠(REITs)가 고배당에도 불구하고 증시 활황 국면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공실률 상승과 고금리 장기화 등 구조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일부 리츠는 최근 1년간 주가가 절반 이상 하락했다. 상장폐지나 거래정지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투자자 신뢰도에 타격이 가해졌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16일) 기준으로 국내 상장된 24개 리츠 가운데 상당수가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한리츠운용의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최근 1년 간 주가가 48.7% 하락했으며, 마스턴투자운용의 '마스턴프리미어리츠'(-40.3%)과 제이알투자운용의 '제이알글로벌리츠'(-33.5%)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상장한 대신자산신탁의 '대신밸류리츠'도 상장 첫날 9.6% 하락하며,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같은 기간 주가가 상승한 리츠는 롯데AMC의 '롯데리츠'(+12.1%, 리테일/ 물류/호텔), NH농협리츠운용의 'NH프라임리츠'(+5.1%, 오피스), 코람코자산운용의 '코람코더원리츠'(+2.2%, 오피스) 등 3개 종목에 불과했다. 전체 상장 리츠의 약 12% 수준에 그친다.
코스피는 최근 3년 10개월만에 3200선까지 터지하며 활황을 맞이했지만, 리츠 시장은 역행 중이다. 실제로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 리츠로 구성된 'KRX 리츠 TOP 10' 지수는 지난해 7월 16일 종가 842.21에서 올해 7월 16일 종가 756.73로 1년 새 10.1% 하락했으며, ‘KRX 부동산리츠인프라’ 지수는 같은 기간 1437.49에서 1309.57로 8.9% 하락했다.
상장 리츠는 일반적으로 연 5~8% 수준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고배당 상품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상장 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7.5%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가치 하락, 유상증자 부담 등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경기 둔화는 리츠 수익성 약화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상업용 부동산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은 △1월 2.83% △2월 3.06% △3월 3.16% △4월 3.37% △5월 3.44%로 5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5월 기준 공실률은 2022년 1월(3.62%)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리츠는 고정 수익을 기반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구조인 만큼, 기준금리 상승 시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더불어 보유 부동산 자산의 가치 하락과 리파이낸싱 비용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일부 리츠는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 조달을 시도하고 있으나, 시장 신뢰가 낮아 흥행 실패 리스크도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일부 상장 리츠가 상장폐지되거나 거래정지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리츠 전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1호 상장 리츠였던 에이리츠는 지난해 2월 거래 연간 매출액이 상장 유지 조건을 넘지 못해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이며, 현재 성장적격성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스타에스엠리츠는 올해 2월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실을 공시하며, 관리종목에 지정된 지 4개월 만에 별도 개선 기간 없이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츠는 구조적으로 주가 상승기에 소외되기 쉬운 자산이며,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가 이어지면서 실망감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일부 자산 가격이 조정된 만큼 리츠 편입의 타이밍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여전히 투자자 인식이 낮고 증자 여력도 제한적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유상증자 시기에 따른 저가 매수 혹은 청약 참여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츠는 구조적으로 현금 유보가 어렵고, 신용등급 유지를 위한 LTV 기준이 존재해 자산 편입 시 유상증자가 필수적"이라며 "편입 자산이 배당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지, 향후 자산 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이 가능한지가 유상증자 이후 주가 흐름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상증자 기간 중 저가 매수 혹은 청약 참여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롯데리츠와 한화리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리츠가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감소와 임대수익 상승에 맞물려 본격적인 장기 배당성장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한화리츠는 대규모 유상증자 로 주가 하락폭은 컸으나, 우량 자산 편입으로 인한 임대수익 증가, 지수 편입 및 신용등급 상향 기대 등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모멘텀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