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고위험상품 투자자 평가체계 '전면 재설계'

- 투자자 성향 평가 '종합 고려'에서 '모든 항목 필수 고려'로 전환 - 부당권유행위 범위 확대로 비대면 계약 권유 등 금지 - 금융소비자보호 총괄기관 KPI 설계 시 사전 합의 의무화

2025-07-14     나아영 기자
금융위원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당국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투자자 성향 평가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부당 판매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나섰다. 손실감내수준이 낮은 소비자에게 고위험 상품이 판매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종합 고려'에서 '모든 항목 필수 고려'로 바꾸는 등 근본적 변화를 추진한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발표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예방 종합대책' 후속조치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 개정안을 7월 15일부터 8월 25일까지 입법예고 및 규정변경예고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투자자 적합성·적정성 평가 방식의 근본적 변화에 있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감독규정은 거래목적, 재산상황, 투자성상품 취득·처분 경험, 상품이해도, 위험에 대한 태도, 연령 등 6개 필수확인정보를 '종합'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금융회사들이 손실감내수준이 낮은 소비자에게도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6개 필수확인정보 중 일부를 누락하거나, 평가 점수를 부여하지 않는 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문제가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투자자 정보 확인 및 성향 분석 시 6개 필수확인정보를 '모두' 고려하도록 평가방법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부적합한 상품 권유를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설명 방식도 대폭 개선된다. 개정안은 소비자의 행동 편향을 고려해 핵심(요약)설명서 최상단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적합하지 않은 소비자 유형, 손실가능성 등 위험, 손실발생 사례를 우선적으로 기재·설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부당권유행위 금지 조항도 대폭 확대했다. 새로운 부당권유행위로는 적합성·적정성 평가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특정 대답을 유도하는 행위, 대면 투자 권유 후 비대면 계약을 권유하는 행위, 금융회사가 대리 가입하는 행위 등이 포함됐다. 특히 비대면 계약의 경우 녹취의무가 없어 부당권유행위 위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악용한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 밖에도 금융위는 소비자가 본인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금융투자상품 가입을 원할 경우의 절차도 강화했다. 개정안은 보고서 명칭을 '(부)적정성 판단 보고서'로 변경하고, 부적정 판단 근거와 이유를 알기 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기술하도록 양식을 개선했다. 이는 실제 판매현장에서 간단한 서술에 그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 총괄기관의 역할도 대폭 강화된다. 개정안은 성과보상체계(KPI) 설계 시 금융소비자보호 총괄기관과 사전 합의를 의무화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금융소비자보호 총괄기관이 영업부서 주도의 단기실적 위주 조직문화에서 실질적 견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내부통제기준 및 소비자보호기준의 적정성·준수 실태 점검·조치,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감독·검사 결과의 후속조치 관리 등 총괄기관의 업무도 확대됐다. 분쟁조정 사건의 수소법원 통지 절차 역시 개선돼, 분쟁조정위원회로 회부된 사건 중 소가 제기되거나 소송이 중지된 사건 중 조정절차가 종료된 경우 금융감독원장이 수소법원에 해당 사실을 통지하도록 의무화됐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25일까지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 절차를 진행한 후, 규제·법제처 심사와 금융위 및 차관·국무회의 의결 등 입법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 원칙의 단계적 도입, 금융소비자보호책임자 선임근거 마련 등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9월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법률 개정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LS 판매가 가능한 은행 거점점포 마련 등 은행 판매관행 개선 방안도 7월 중 은행권 질의에 답변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판매규율 강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금융소비자에 대한 보다 두터운 보호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