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 앞둔 금융권…일부 증권사엔 '압박', 지방지주는 '딜레마'
- 여당, 자사주 1년내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정기국회 논의 본격화 - 신영증권 자사주 53%·부국증권 42%…소각 의무화시 경영권 방어 압박 - JB·iM금융, 자사주 소각-은산분리 규제 충돌로 대주주 지분 매각 딜레마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금융회사들이 각기 다른 고민에 직면하고 있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증권사들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온 자사주 처분 압박을 받고 있으며, 지방 금융지주사들은 은산분리 규제와 맞물린 지분 매각 딜레마에 놓인 모양새다.
이번 법안은 지난 9일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후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 재정 등 특별한 목적이 있을 경우에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도록 규정했다. 이때 대주주 의결권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 외에도 여러 의원이 다양한 내용을 담은 추가 법안을 준비 중이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안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곳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올해 3월 말 기준 53.1%로, 원국희 명예회장과 원종석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20.58%)을 크게 상회한다. 부국증권 역시 42.7%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해 경영권 방어 효과가 두드러진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한 기대감은 곧바로 시장에 반영되면서 부국증권은 9일 상한가로 치솟아 6만600원에 마감했고, 신영증권도 같은 날 16% 넘게 상승했다.
그동안 지방 금융지주사들은 정반대의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이 오히려 은산분리 규제와 충돌하면서 최대주주 지분 매각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JB금융의 최대주주 삼양사는 이달 초 지분 12만5000주를 매각해 지분율을 14.83%에서 14.77%로 낮췄다. JB금융이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추진하면서 삼양사 지분이 지방금융지주 은산분리 한도인 15%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iM금융 역시 2027년까지 자사주 1500억원어치를 소각할 방침인 가운데, 최대주주인 OK저축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지분 한도(10%) 제약으로 지분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반된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과 동시에 최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매각될 경우 밸류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자사주 소각이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주려는 것인데, 최대주주 지분 매각은 오히려 공급 물량을 늘려 주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증권업계는 법안 통과 전까지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PBR이 1배 미만인 저평가 종목이 단기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행 시 발행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이 늘고, 잠재 매물로 여겨지던 자사주가 소각되면서 주주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국민의힘은 금산분리 지분율 유예 법안을 내놨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4개 법안은 자사주 소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한도를 넘을 경우 2년 이내 주식 매도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금산법·은행법·금융지주회사법·보험업법에서 출자 제한 규제와 밸류업 정책의 충돌을 막기 위한 세부 조항을 신설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역시 여야 합의라는 현실적 과제가 남아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찬성 측에서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논리를 펼치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상법에서는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6개월 내 소각하도록 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 적대적 M&A 방어 명목으로 장기 보유가 허용됐다"며 "현재 10% 이상 보유 회사가 300개, 40% 이상 보유 회사도 4개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똑같은 효과를 주는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