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세계 EV 시장서 나홀로 역행··· 브랜드 파워 뒤쳐진다

세계 EV시장 성장하는데, 세계 車시장 3위 일본 홀로 역성장 열악한 충전 인프라, 복잡한 보조금 신청, HEV 강세가 원인 中으로 R&D 본진 옮기는 토요타... 브랜드 이미지, 기술유출 우려

2025-07-11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글로벌 시장 전기차 보급율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주요 경제국 중 유일하게 일본만 전기차 점유율이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 1~5월 글로벌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BEV)는 500만 대 이상 팔리며 전년 대비 34.5% 성장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270만 대 이상 판매해 전년대비 31.9% 성장했다.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합치면 전체 신차시장 침투율은 약 21%에 이른다.

유럽과 중국에서의 증가율이 각각 약 24%, 40%로(전년 대비) 가장 두드러졌고, 미국 역시 6% 가량 성장하며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캐즘의 그림자가 걷히는 모양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인 일본은 전기차 점유율이 답보를 넘어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최근 낸 자료에 따르면 1~5월 일본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3% 줄어든 3.9만대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순수 전기차는 2만 대를 판매하며 17% 감소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1만 9000대를 팔며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순수 전기차만 7만 대 이상 판매하며 전년 대비 약 45% 성장한 것과 비교해 상당히 저조한 수치다. 

이에 그 배경과 향후 여파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충전 인프라 최악, 복잡한 보조금... 정통 하이브리드 초강세

일본의 전동화 전환이 느린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꼽히지만 다른 국가 대비 열악한 충전 인프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일본 전역에 약 2만 5000개의 공공충전소가 있고 충전기 수는 약 5만 대 남짓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면적이 절반 수준인 한국에 약 35만 대의 공공충전기가 설치돼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충전기 밀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일본은 전기차가 '집밥'을 먹기도 어렵다. 인구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단독주택이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파트 주차대수의 5%이상을 충전시설로 만들어야 하지만(신축 기준), 일본은 가정용 충전기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조금 신청도 까다롭다. 전기차를 구매하면 판매사에서 자동으로 보조금을 할인해주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지자체에 보조금을 신청해야 한다.

일본은 행정절차가 까다롭고, 전산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일일이 우편을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전기차 운영이 어렵다보니 일본 소비자들은 자연히 전기차 보다는 정통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있다. 일본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점유율은 약 53%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최근 하이브리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진 한국도 35% 내외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데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다. 

이처럼 친환경차 중 하이브리드에 대한 굳건한 선호도가 일본의 전동화 전환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EV시대에 브랜드 경쟁력 잃나

그렇다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제조에 열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토요타는 2027년까지 순수 전기모델을 15종으로 늘리고 연간 10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었다. 렉서스의 경우 2030년까지 전 차종에 전동화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혼다 역시 2030년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약 100조 원의 자본을 투입해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자국에서 전기차 약세가 지속되면 일본차의 브랜드 파워가 위축될 뿐더러, R&D도 부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타는 최근 중국에서 전기차 및 소프트웨어 R&D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토요타, FAW 토요타, GAC 토요타, BYD와의 합작 투자로 설립된 '지능형 전동화 연구개발센터' 등 중국 내에 분산돼 있는 토요타의 연구개발 역량을 하나로 통합해 '원 R&D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의 수석 개발자들이 판매 전략 수립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이는 중국 내수시장을 잡기 위한 방침이지만, 장기적으로 그룹 내 전기차 연구개발 중심축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흐름으로 읽힌다.

전기차가 팔리지 않는 일본에서는 실제 주행 경험을 통한 피드백도 느리고, 신차 테스트 및 시장 반응 감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핵심 연구개발 기지로 두면 기술 유출의 우려도 있다. 자동차 회사에 '친정'이 중요한 이유다. 현대차와 기아가 작은 내수 볼륨에도 국내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토요타의 중국 기반 정책이 반갑다. 생소한 자국 전기차 대신 토요타의 상표를 달고 자국에서 제조한 자동차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토요타의 전기차에는 '껍데기만 일본산인' 중국산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건 기술도 기술이지만 자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하이브리드=일본차'라는 어떤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픽업은 미국', '해치백은 유럽' 이런 지역적 특색에 따른 공식을 무시할 수 없는데, 일본이 전기차 시대에 뒤쳐지게 되면 향후 업계 서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한국이 이 틈을 잘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