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춘추전국시대] ③마이크론·삼성·SK, 하이브리드 본딩이 바꿀 메모리 삼국지
마이크론 공격적 투자로 HBM 시장 판도 변화 예고 삼성전자, 양산 능력 바탕으로 가격 경쟁 가능성 HBM 가격 인하 및 공급 과잉 우려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그동안 SK하이닉스를 선두로 형성돼 있었던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마이크론의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장과 삼성전자의 기술 전환 등이 맞물리며 HBM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본딩’이라는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주승환 인하대 제조혁신대학원 교수는 “마이크론이 최근 대만, 미국 등지에서 잇달아 공장 증설에 나선 것은 단순한 캐파 확보 차원이 아니라, 엔비디아와의 납품 계약 등 수요 확보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정도의 설비 투자는 확실한 수요 예측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최근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능력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 본사 인근에서는 R&D 중심의 첨단 메모리 개발 인프라를 지속 강화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는 약 70억 달러를 투자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 HBM 전용 패키징 시설을 신설 중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 타이중과 타오위안 공장 등에서 HBM 패키징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마이크론의 HBM 월 생산량은 지난해 약 2만 장에서 올해 6만 장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는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함께 HBM 공급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양산에 나서면 HBM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납품 물량 확보를 위해 가격 인하 전략을 채택할 경우 HBM 시장 전체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 교수는 “현재는 엔비디아의 주요 납품처가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HBM 시장이 포화된다면 파운드리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강점인 대규모 양산 능력을 활용해 가격 인하 전략을 택할 수 있고, 이는 HBM 시장 전체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HBM 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의 도입 시점이 꼽힌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TCB(Thermal Compression Bonding) 방식과 달리 솔더를 사용하지 않고, 칩과 칩 사이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와 열 방출, 전력 효율 측면에서 기존 대비 압도적인 성능을 낼 수 있다.
주 교수는 “하이브리드 본딩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로 양산 인프라 구축 등에 과제가 남았지만, 상용화에 성공하면 시장 질서를 재편할 잠재력이 있다”며 “특히 정밀도가 더 높은 로직 분야 외에도 소니 CIS, NAND 메모리 등에서 대량 양산이 이뤄지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HBM에서도 빠르게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이브리드 본딩은 HBM4E 이후부터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는 HBM5에서 적용할 가능성이 크고, 삼성전자는 빠르면 HBM4E 시점에는 도입할 것”이라며 “기존 TCB 기반 노하우가 많은 업체일수록 전환을 늦출 것이고, 반대로 시장 진입이 늦은 업체일수록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