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①] 침몰하는 車정비업계, "수년 내 외국인 정비사로 대체될지도"
"정비사들 정말 공부 많이 해야합니다. 기계, 전기, 전자 다 알아야 하죠. 안전과 직결되니까요. 이렇게 공부를 하고도 에어컨, 난방 없는 곳에서 최저시급 같은 돈을 받으며 일하면 누가 정비사를 하려고 할까요."
정비업계에 30년 이상 종사한 베테랑 정비사 겸 대학교 교수를 만나 들은 이야기다. 그는 앞으로 이 일을 하려는 한국인이 점점 적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기시감이 드는 일이다. 우린 이미 건설업과 조선업에서 외국인이 한국인 기술자를 대체하는 현상을 봐 왔다.
동네 정비업체와 그곳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정비사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들 볼 수 있었던 이들이 언젠가 업계를 떠나고, 새로운 인력 유입의 물줄기가 말라버릴 거란 시각은 다소 새롭고도 충격적이다.
업계 이야기를 종합해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니, 그 예상을 단지 기우로만 치부할 수는 없었다.
▲인력 없어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정비사들
올해 1월, 국회에서는 '전기자동차정비 정책 공청회'가 열렸다. 전기차는 800볼트가 넘는 고압의 기계와 기술을 다루니 정비사들이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도록 법제화하자는 것이 주요 논점이었다.
공청회에서는 전기차를 수리하다가 영구 장애 수준의 부상을 입은 실제 사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비사 재교육, 안전교육 의무화 논의는 몇 년 째 진전 없이 계류 중이다.
일반 사무직들도 산업안전 및 보건, 직장 내 문화와 관련된 교육을 듣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비사에게 관련 의무교육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정비사들의 안전도 문제지만, 10년 전 딴 자격증을 가지고 새로운 차종을 수리하는 이들에게 차를 맡기는 소비자들의 불안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정비사들이 최신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상 이면에는 박리다매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정비업체의 현실이 있다. 정비사들이 반나절이라도 안전교육을 받으러 나가면 그만큼 업체는 영업 중지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운영자를 '악덕 고용주'라고 몰아갈 수만은 없다. 업체들은 쉴틈없이 빡빡하게 돌아가야만 기본적인 운영이 가능한 실정이고, 이마저도 코로나 이후 각종 재료비와 인건비가 오르며 고사 직전에 몰린 업체가 한 두 곳이 아니다.
정비사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업계 관습이 종국에는 집단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시간 당 공임 4만원... "적자 메꾸려면 비용 뻥튀기는 필수"
정비업체의 수익구조에는 크게 세 가지 축이 있다. 보증수리, 사고수리, 유상수리다. 보증수리에 따른 수가는 자동차 회사에서, 사고수리 수가는 보험회사에서 지급한다. 정비업체 수주량의 70% 이상이 보증수리와 사고수리에서 나온다.
이 두 가지 외에 소모품 교체, 도색, 유책사고 수리 등 차주 재량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유상수리에 해당한다.
업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은 보증수리와 사고수리 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비업체의 공임은 '공임 시간제'에 따라 시간 당으로 지급한다.
정비업체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보편적인 시간 당 공임은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이다. 이 금액은 2018년도에 국토부가 보험사와 정비업계 간 갈등을 해소할 목적으로 시간당 공임을 3만 5000원 내외로 권장한 것에 기초하고 있다.
2021년에 권장 금액을 다시 설정하고자 했지만 업계 간 조율에 실패했고, 여전히 업계는 7년 전 기준에 맞춰 움직이는 상황이다.
평균 공임을 4만원으로 생각했을 때, 이 안에는 월세와 직원들의 월급, 전기세, 재료비 등 기본적인 운영비용이 들어간다.
대구에서 2018년부터 개인 정비소를 운영해오고 있는 A씨는 "수가만으로는 도저히 업장 운영이 불가하다. 원칙대로 차를 수리하면서 수가를 받으면 결국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도록 업계 구조가 짜여져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와 보험사로부터 수주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일감의 70%가 B2B 계약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고사하더라도 매출은 있어야 존속 가능한 게 업장의 생리다.
자연스럽게 업체들은 이익을 내기 위해 나머지 B2C 형태의 유상수리에서 마진을 노릴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개인이 정비소를 찾아가면 '헉'소리 나게 비싼 고지서를 받아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상수리에서라도 금액을 부풀리지 않으면 업장은 존속할 수가 없다.
앞서 인터뷰한 정비학과 교수는 "파스칼의 원리라고 보면 된다. 보증수리와 사고수리 수가가 낮으니 유상수리 금액을 높이는 게 업계 관행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비 수가를 높여 정비업체가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업계가 5년 안에 제도권 안에서 투명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 본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정말 많은데 당장 먹고 살기 바쁜 정비업계는 힘을 모을 여력이 없고, 국민들의 관심도 적어 자정이 될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2편에서 기사가 이어집니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