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춘추전국시대] ①SK하이닉스, TCB와 하이브리드 본딩 균형 전략

HBM4까지 TCB 기반 어드밴스드 MR-MUF 활용 하이브리드 본딩은 2026년 이후

2025-07-08     문슬예 기자
SK하이닉스가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하이브리드 본딩이 차세대 HBM 패키징의 필수 공정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글로벌 HBM 시장의 선도업체인 SK하이닉스의 기술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TCB 방식으로 업계 선도를 달려온 만큼, 기술 이점을 누리기 위해 최대한 TCB 방식을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8일 주승환 인하대 제조혁신대학원 교수는 “SK하이닉스는 기존 TCB 방식에 대한 노하우와 장비 최적화가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인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전환할 경우 경쟁 우위가 사라질 수 있다”며 “기술 효율성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TCB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 이후에는 기존 TCB 방식의 공정 차이(MR-MUF, TC-NCF)가 사라지고 업체 간 기술 경쟁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MR-MUF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TC-NCF 방식을 사용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HBM4E/HBM5부터 기존 TCB로는 열을 감당하기 어려워 하이브리드 본딩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솔더를 쓰지 않고 유전체와 금속(구리)을 직접 연결해 열 전달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TCB 방식에 비해 전력 효율 100배, 10배 이상 속도 향상 및 인터커넥트 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본딩은 TCB와 생산 구조가 달라 기존 장비나 공정과의 호환성이 낮은 것이 단점이다. 또한 로직 반도체 분야에서는 TSMC가 대량 생산에 성공했지만, HBM에서는 아직 대규모 양산 사례가 없다.

이에 따라 HBM 시장을 선도해온 SK하이닉스가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전환하되, 기존 TCB 체계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의 급격한 전환 대신, 플럭스리스(Fluxless) 본딩이라는 기술을 선택해 전환 시점을 늦추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럭스리스 본딩은 기존 TCB 방식에서 사용하던 플럭스를 제거하고, 마이크로 필라 범프를 그대로 접합하는 방식이다.

주 교수는 “플럭스리스 본딩은 TCB 방식의 일종으로, 기존 공정 앞단에 플라즈마나 산성 물질로 플럭스를 제거하는 처리 공정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칩 간 수율을 낮추는 플럭스 잔여물을 제거함으로써 HBM의 전체 두께를 줄이고, 전기적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로 필라를 그대로 사용하는 플럭스리스 본딩은 어디까지나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가기 전, 한시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는 기술”이라며 “SK하이닉스가 기존 공정 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성능도 보완하는 현실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플럭스리스 본딩은 전용 본더 장비를 사용해도 되지만, 별도의 신규 장비 없이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TCB 본더 앞단에 표면 정제를 위한 플라즈마 혹은 산성물질 처리 공정을 추가하면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설비 투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기존 장비에 전처리 공정을 붙인 공정상의 옵션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TCB 고수 전략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도 최근 HBM 스택 높이 규격을 완화했다. 기존 720㎛에서 775㎛로 더 높은 적층을 허용하며 TCB 공정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4까지는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의 TCB 공정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6년 HBM4E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지만, 그 전까지는 TCB 기반에서 가능한 기술적 이점을 누리며 리더십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