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흔드는 '유동성 위기'…정육각·초록마을, 기업회생 신청

급변한 소비 트렌드에 유기농·신선식품 모델 한계 직면 정육각, 초록마을 인수 후 외형 확대에도 800억대 손실 유통업계 “스타트업 회생 잇따라…시장 전반 구조 재편 불가피”

2025-07-04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유기농 식품 브랜드 초록마을과 신선식품 유통 플랫폼 정육각이 나란히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급격히 변한 소비 트렌드와 유통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초록마을

4일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장기간의 투자 유치와 구조 개선 노력을 이어왔지만, 존속과 서비스 유지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회생절차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조적 재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정육각은 온라인을 통해 도축 당일 신선한 고기를 배송하는 초신선 유통 체계로 주목받아왔다. 지난 2022년에는 유기농 식품 브랜드 초록마을을 대상그룹으로부터 인수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인수를 위해 신사업을 정리하고 대규모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 이후 매출 외형은 빠르게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연결 매출 2006억원으로, 인수 전 대비 약 5배 성장했다. 그러나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누적된 영업손실은 828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6600만원 수준에 그쳤다.

회사는 지난해 NH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신한캐피탈로부터 300억원의 단기 자금을 조달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진 못했다. 감사보고서조차 아직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알려졌다.

초록마을은 기존 매장, 온라인몰, 물류센터를 유지하며 정상 영업을 지속한다. 일부 품목은 공급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육각은 서비스 재정비를 위해 영업을 일시 중단한다.

유통업계에선 이커머스 업황 악화 속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위메프와 티몬 등 이커머스 1세대 기업들의 대규모 축소 사례 이후, 중소 유통 스타트업의 회생 신청이 잇따르며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시장은 이미 이커머스 중심으로 급변했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흐름에 밀려 프리미엄 유기농 식품을 앞세운 사업 모델은 구조적으로 수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양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회사를 멈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 회복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해관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