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유지비용 급증 불가피"…상법개정이 기업에 미칠 파장은?
- 이사 충실의무 '주주' 확대, 3%룰 적용 강화로 소송 증가 전망 - 상장유지비용 평균 12.8% 증가 예상, 대형 지주사 부담 가중 - 금융권 "소송-판례-입법 순환 과정 거쳐 제도 안착될 것"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상법개정안 통과로 금융권에서 주주권익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소송 리스크 확대와 상장유지비용 증가 우려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경영진의 법적 책임이 강화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수적 접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관투자가들의 소송 참여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2명 중 찬성 220명으로 통과된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와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전환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소액주주 보호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상법개정 이후 주주소송이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퀀트 애널리스트는 "주주가 제기할 수 있는 민사소송 사유가 의미 있게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기존에 간접손해로 간주되던 주가 하락 등이 직접손해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법적 책임 확대는 상장기업들의 경영 환경에 복합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소송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수적 접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부통제 강화, 법무 자문 확대, 이사회 구조 개편 등의 변화가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상장회사들은 상법개정 시 상장유지비용이 평균 1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했다. 유가증권시장 기업은 15.8%, 코스닥시장 기업은 9.8% 각각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융회사들은 강화된 지배구조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감사비용, 공시의무 확대, 주주 대응 증가 등에 추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계열사별로 별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해 비용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또 증권업계에서는 상법개정이 기관투자가들의 소송 참여를 확대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5년 증권소송개혁법(PSLRA) 시행 이후 기관투자가 중심의 소송이 늘어나면서 화해금액도 크게 증가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이 대표소송을 통해 기업 감시 역할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 애널리스트는 상법개정이 단독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개정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 패키지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법 외에도 배당소득세, 상속세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세법 및 기타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상법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 시에는 매수 기회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법개정이 단기적으로는 시장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액주주 권리 확대와 경영권 방어 비용 증가라는 상반된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소송 증가→판례 축적→후속 입법 정비라는 순환 과정을 거치면서 제도가 안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