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결국 통과'··· 한전, 전기료 인상 압박 더 세질 듯
3일 여야합의로 상법 개정안 통과... 주주 권한 강화 공기업이면서 상장돼있는 기업들 압박 커질 듯 한전, 주주 이익 위해 전기료 인상해야 vs 경제도 어려운데 인상 자제해야 전기료 인상 둘러싸고 압박 커질 듯
[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결국 여야합의로 지난 3일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통과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출석 의원 272명 중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상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를 도입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의 권익을 향상시키겠다“고 공약을 내고 대통령에 선출된 지 1달 만에 관련법이 현실화 된 것이다.
통과된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3%룰 도입 등이다. 소액주주의 권한이 강화되는 근거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공기업이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돼있으면서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는 한전에 관심이 쏠린다.
한전이 대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부채와 이를 해결한 길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현재 한전의 누적부채는 205조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만 4조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사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료를 제때 올리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전의 원가 회수율은 60% 수준으로, 100원의 원가로 생산한 전기를 60원에 판매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선 가정의 월평균 전기료를 현재보다 3.5배 올려야 부채 해소가 그나마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간 전기료 인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늘상 문제해결을 막는 것은 물가관리와 민생안정이라는 정부기조였다. 2020년에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통해 유가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이에 연동하여 전기료를 반영하기로 했지만, 국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유보해 왔다.
또한, 전기료 인상보다 한전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다보니 정치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2023년 정승일 당시 한전 사장이 사임하는 이슈도 있었다. 가정용 전기료를 잡지 못하니 애꿎은 산업용 전기료만 과도하게 올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정부에서도 전기료 인상을 정부가 주도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후보 시절 “전기료를 올려야 할 필요는 있지만, 경제상황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올릴 수는 없다”며 유보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해 회사 부채를 줄이고, 이익 배당을 적극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소액주주 지분율이 37% 수준이며, 그 수는 55만명에 달한다. 그 외 지분은 산업은행이 33%, 정부가 18% 보유하고 있다.
이미 소액주주는 한전을 대상으로 전기료 인상을 요구하며 법정 공방을 벌인 전력이 있다. 2011년 원가 미만의 전기요금 때문에 이익을 침해당했다며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1400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주충실의무의 법적 근거가 새로 생겼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다시 법적 공방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전의 주주이익이냐 국민물가부담 완화냐 사이 딜레마에서 선택의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긴 하지만, 국민생활에 가장 중요하고 밀접한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은 재무건전성을 위해 꼭 필요하고, 상법 개정안에 따라 주주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할 법적 근거마저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올리자니 경제상황도 좋지 않은데 물가부담마저 커지면 정권이 받는 압박이 상당할 것이다.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전에 쏟아지는 스트레스는 더욱 커질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