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언-삼성전자 특허 소송…미 정부, 라디언 옹호
라디언, "우리 특허 침해한 ZNS SSD 판매 금지해달라" 요청 미 법무부·특허청, "특허관리전문기업의 피해도 실질적 피해 해당" ZNS SSD 시장 규모 작지만 NPE에 의한 소송 더 잦아질 위험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미국 법무부와 특허청이 라디언-삼성전자 특허 소송에서 라디언의 편을 드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라디언이 특허를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기술이 시장에서 쓰이는 규모는 작지만, 미국 정부가 특허관리전문기업(NPE·Non-Practicing Entity)의 편을 들었다는 점에서 향후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라디언은 앞서 2024년 12월 삼성전자에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하고, 지난 5월 6일에는 법원에 가처분 명령을 요청했다.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해 만든 제품이니 이 제품들의 제조·판매·마케팅을 멈추도록 명령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라디언이 이 가처분 명령을 받아낼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지난 2006년 '이베이 대 머크익스체인지' 판결(이하 이베이 판결) 때문이다.
'실질적 피해'가 예상될 때에만 상대측에 특허 침해를 멈추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 이베이 판결의 핵심이다.
이베이 판결에 따르면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진 않고 특허를 보유하고만 있는 라디언 같은 특허관리전문기업(NPE·Non-Practicing Entity)은 실질적 피해를 본 적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베이 판결의 영향력 하에서 '특허권자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미국에서 형성됐다.
한 특허전문 변호사는 "이베이 판결 이후로 '일단 침해하고 보자'는 마인드가 기업들 사이에서 성행했다. 어차피 가처분 명령도 안 나오고, 침해했다는 판단이 나면 그 때 보상해주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부처가 라디언을 옹호하는 의견서를 낸 것은 이같은 관행을 멈추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의견서에서 미 법무부와 특허청은 "특허관리전문기업의 피해도 실질적 피해에 해당한다"며 "특허는 그 가치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특허권자가 원하는 가처분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이는 특허의 가치를 훼손하게 될 것"이고 썼다.
이베이 판결을 뒤집으려는 '2025 특허권 복원법'이 미 의회에 발의돼 있기도 하다.
특허를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데도 특허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더 잦은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올해 넷리스트·맥스웰·매시블리 브로드밴드 등의 특허침해 소송에 대응해오고 있다.
변리업계 관계자는 "특허관리전문기업들에게 삼성전자처럼 돈 많은 제조사는 참 좋은 타겟이다. 특허를 내놓고, '침해했잖아'라고 소송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인 셈"이라고 말했다.
의견서가 수리된 이후인 지난 6월 27일, 라디언-삼성전자 소송을 담당하는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은 증거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증거심리 이후 가처분 명령이 내려진다면 삼성전자는 ZNS(Zoned Namespace) 기술을 쓴 SSD를 더 이상 제조하거나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다만 ZNS가 적용된 SSD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규모가 워낙 작아 삼성전자 매출에 실질적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