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신고, '모르고 위반' 급증…금감원 "은행이 충실히 안내해야"
- 지난해 외국환거래 위반 사례 1137건…전년 대비 44.7% 급증 - 해외직접투자 신고 누락이 649건으로 절반 이상 차지 - 금감원 "은행들의 고객 안내 역할 강화 지속 유도"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외국환거래 위반 사례가 급증하자 금융회사들이 고객 안내를 더욱 충실히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거래 당사자들이 복잡한 신고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뜻하지 않게 제재를 받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환거래 위반으로 검사한 1137건 중 1068건에 과태료나 경고 등 행정제재를 부과하고 69건을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이는 2023년 786건보다 44.7% 증가한 수치로,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 당사자별로는 기업이 66.1%(751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개인은 33.9%(386건)에 그쳤다. 제재 유형별로는 과태료가 71.8%(817건)로 가장 많았고, 경고 22.1%(251건), 수사기관 통보 6.1%(69건) 순이었다.
위반 유형을 살펴보면 해외직접투자 관련 신고 누락이 649건(57.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금전대차 159건(14.0%), 부동산거래 100건(8.8%), 증권매매 49건(4.3%)이 뒤를 이었다. 의무사항별로는 신규신고 위반이 529건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변경신고·보고 위반 499건, 사후보고 위반 89건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외직접투자에서 위반 사례가 집중된 배경에는 복잡한 신고 절차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현행 외국환거래법규상 1달러만 투자해도 사전신고가 필요하지만, 이를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 소재 법인에 3만달러를 송금하고 지분 10% 이상을 취득한 거주자가 은행에 해외직접투자 자금임을 밝히지 않아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었다.
변경보고 의무를 놓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 사전신고를 하고 미국 소재 법인 지분을 90% 취득한 후 다른 거주자에게 지분 30%를 매각했지만 3개월 이내 변경보고를 하지 않아 제재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거래에서도 신고 의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한 위반이 이어지고 있다. 거주자가 비거주자인 싱가포르 국적 자녀에게 국내 부동산을 증여했지만, 양측 모두 한국은행에 증여 및 취득신고를 하지 않아 제재 조치를 받았다. 또 거주자가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베트남 소재 부동산에 대해 사전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증권거래와 금전대차 분야에서도 유사한 위반 사례가 이어졌다. 국내 기업이 대만 소재 법인 주식 30만주를 취득하면서 은행에 이를 밝히지 않고 증권취득 신고를 하지 않았고, 개인 거주자가 미국인 비거주자로부터 5만달러를 차입하면서 외화차입 사실을 은행에 알리지 않고 사전신고를 누락한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발생 빈도가 높은 주요 위규 사례와 유의사항을 상세히 안내하는 한편, 은행들이 외국환거래 취급 시 법령상 의무사항을 고객에게 충실히 설명하도록 지속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지분투자 내용이 변경되거나 대부투자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 정해진 기한 내 변경보고를 해야 하고, 신고 내용의 이행 여부에 대한 사후보고 의무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과태료는 외국환은행장 신고사항의 경우 위반금액의 2%에 최저 100만원, 한국은행총재 신고사항은 위반금액의 4%에 최저 200만원이 부과된다. 위반금액이 20억원을 초과하면 수사기관에 통보되며, 5만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환거래 당사자가 법규상 정해진 신고·보고 의무를 잘 알지 못해 과태료나 수사기관 통보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외국환거래당사자의 법규 이해도를 제고하여 불필요한 제재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