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전담 배터리 폭발' 소송에 대응 안한 삼성전자... 결국 150억 배상 판결, 왜?

삼성SDI 배터리 폭발했는데... 원고측 착각으로 SEA 피고 지정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 소송 내용 확인 못한 SEA, 결국 디폴트 수순 1086만 달러 배상 판결, 항소했지만 결과 뒤집지 못해 삼성전자 측 "항소할 것"

2025-06-30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지난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미국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 이하 SEA)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전자담배 배터리 폭발 사고로 1086만 달러(한화 약 147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SEA가 만들지도 않는 제품에 대해 거액을 배상하게 되며 사건 경위가 관심을 모은다.   

취재 결과 SEA의 법무팀 직원이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를 하던 중 법원 송달 문서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탓이라는 황당한 정황이 밝혀졌다. 업무 실수가 거액의 손해배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삼성SDI 배터리 폭발, 소송은 왜 SEA에?

지난 2019년 미국 조지아주에 거주하던 19세(사건 당시 기준) 조던 브루어(Jordan Brewer)는 인근 매장에서 전자담배를 구매해 사용하던 중 기기 내부의 배터리가 폭파해 다리에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1년 뒤인 2020년 7월, 조던 브루어는 폭발한 배터리가 삼성SDI의 1865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 것을 확인하고 소송 준비에 나섰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일이 꼬였다. 원고측 변호사가 삼성의 법인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삼성SDI가 아닌 SEA를 피고로 지정한 것이다. SEA는 TV, 가전제품,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미국법인으로 배터리나 전자담배 제조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이던 SEA 측은 법원에서 보낸 송달 문서를 확인하지 못하고 법적 대응 기간인 30일을 넘기는 실수를 저질렀다.

조지아주 법에 따르면 피고는 사건을 송달받은 지 30일 이내에 응답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디폴트 상태로 지정된다. 

디폴트(Default)란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때 법원에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이다. 미국법 상 한 번 디폴트 상태가 되면 피고가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우리 말로는 무변론 판결이라고도 부른다. 

이로 인해 2020년 8월, 피고인 SEA는 자동으로 디폴트 상태로 진입했고 다음달에 법정 기한 45일을 넘기며 SEA는 디폴트 상태에서 벗어날 권리 상실했다.

SEA는 디폴트 상태가 확정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원고측에 연락을 취해 당사는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해명했지만, 시기가 늦어 디폴트 상태를 뒤집지는 못했다.

같은 해 10월, 법원은 원고의 피부 이식수술로 인한 영구적인 흉터, 정신적 피해 등을 고려해 1086만 달러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SEA에 판결했다. 

▲2021년 배상 판결 무효됐지만... 이번 달에 결과 또 뒤집혀

이후 즉각 항소에 돌입한 SEA측은 2021년 9월, 판결 무효 신청을 위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SEA 측은 자신들이 배터리 제조사가 아님을 강하게 주장하며 재판부에 디폴트 상태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2022년 1월, 새로운 판사는 직전의 1086만 달러 배상 판결이 과도하다는 취지에서 판결을 무효화 시켰다. 배터리 폭발 사고가 사실상 SEA와는 무관한 사건이라는 SEA측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이대로 끝이 났다면 SEA에 다행스러운 일이었겠지만, 원고는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리고 2년 여간의 공방 끝에 지난 23일, 재판부는 기존의 SEA측 디폴트 상태를 복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 즉각 대응하지 않은 SEA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현재 SEA는 다시 1086만 달러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된 상태다.

취재에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실상 SEA는 전자담배 폭발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는 만큼, 항소해 결과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