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패권 경쟁 ‘점화’…은행-핀테크, 주도권 두고 정면승부

2025-06-26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국내 금융권과 핀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제도화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2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를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금융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대거 출원하며 시장 진입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

핀테크 업계와 인터넷전문은행은 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카카오페이 등은 결제 영역에서의 실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표권 선점에 나서는 한편, 일부 업체는 스테이블코인 운영사 전환을 목표로 결제 테스트, 인프라 고도화, 법률 자문 등을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상표권 출원에 나선 카카오페이는 발행과 유통 등 다양한 방식의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전략을 구사 중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범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데다, 카카오 생태계 내 활용도도 높다는 점에서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카카오페이머니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100만 개 이상의 가맹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실사용 기반에선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도 최근 특허청에 ‘BKRW’, ‘KRWB’, ‘KKBKRW’, ‘KRWKKB’ 등 4개의 상표를 암호화폐 소프트웨어, 금융거래, 채굴업 등 3개 분류로 총 12건 출원했다. 카카오뱅크는 신사업그룹 산하에 투자 담당 조직을 두고, 가상자산 관련 시장 동향, 기술 변화, 규제 흐름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경우 신속하게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라며 “관련 법안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외에도 결제대행(PG)사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NHN의 경우 간편결제 서비스인 NHN페이코(PAYCO)를 운영 중인 만큼 플랫폼 연계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1위 PG사인 NHN KCP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다”며 “결제와 송금이 가능해지면 기존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핀테크 사업으로의 확장도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은행권은 개별 전략과 함께 공동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국민·신한·우리·농협·IBK기업·수협·iM뱅크·케이뱅크 등 주요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합작법인 설립 및 공동 발행 모델을 구상 중이다. 합작법인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하고, 준비자산을 은행에 예치하거나 신탁하는 방식의 사업모델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은행법상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 한도인 15% 규정에 맞춰 지분 구조도 설계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은 ‘KBKRW’, ‘KRWKB’, ‘KKRWB’ 등 총 17개 상표를 9류(전자금융거래 플랫폼용 소프트웨어 등)와 36류(금융거래업, 전자이체업 등)로 나눠 총 32건을 출원했다. 하나은행도 16건의 관련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제도화 이후 신속한 사업 착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출원은 상표권 선점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