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외노자에 대학까지 말썽"... 車업계, 정부에 '인력난' 호소
주 4.5일제, 정년연장, 노란봉투법... 속도조절 필요 근로시간 줄이려면 노동 생산성 함께 높아져야 외국인 근로자에 기숙사·교육 등 추가 비용... 차등임금제 필요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내 자동차 산업이 장기 침체의 길목 앞에 선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인력 문제가 실무에서 '매머드급'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24일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이하 KAIA)는 '신정부에 바라는 자동차산업 정책과제'라는 주제로 제 42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강남훈 회장은 환영 인사에서 "세계적 보호무역 기조로 인해 자동차 시장은 전쟁 같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SDV기술력을 갖춘 중국의 저가 차량들이 국내 산업을 위협하며, 우리나라가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이 절실해졌다"고 업황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산업연구원,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 국내 모빌리티 업계를 대표하는 기관의 관계자들이 연설을 맡은 가운데, 공통적으로 인력 구조 문제가 업계의 주요 리스크로 거론됐다.
주 4.5일제, 정년연장, 노란봉투법... 속도도절 및 재검토 필요
업계가 우선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건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정년연장 세 가지로 대표되는 신정부의 노동법 기조다.
신정부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통해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강화하고, 파업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주 4.5일제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연평균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고, 법정 정년의 경우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에 대해 신중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발표를 맡은 김준기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연장근로시간 총량 규제를 주단위에서 월단위, 연단위로 유연화해 기업의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며 "노란봉투법 또한 사용자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현행대로 통과된다면 큰 혼란이 예견된다"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협회의 뜻을 전했다.
숙명여대 경제학과 박우람 교수는 "우리 사회가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늘린 지도 아직 10년 밖에 되지 않았고, 주 52시간 제도를 실시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노동법 개정이 너무 급진적인 형태를 띄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빠른 변화에 대해 경고했다.
또한 그는 구체적인 법안 실행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10년 전에 정년연장 후에 임금 개편을 하려고 하니 협의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엔 그때의 착오를 타산지석 삼아 임금구조를 개편한 이후에 정년 연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4.5일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기술혁신, 생산관리는 뒤쳐지지 않는데 인사관리가 크게 뒤쳐져 있다. 이는 낭비되는 근로시간이 많다는 의미"라며 "근로시간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단축되기 위해서는 근로 생산성을 높아질 수 있는 방안까지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임단협에 돌입한 현대차 노조가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을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해당 요구가 관철될 경우 동종 업계의 타기업 및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업계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 내국인보다 오히려 비용 높여"
이번 포럼에서 협회는 현재 자동차 업계의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며, 내국인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는 현황을 공유했다.
다만 현행법 상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최저임금이 적용되는데, 업무 효율 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면 내국인보다 두 배에 가까운 비용이 든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오윤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단장은 "업계에 내국인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한데, 이 인력의 공백을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메우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최저시급이 내국인 근로자와 동일하게 적용되지 기숙사도 제공해줘야 하고 교육도 따로 시켜야 하는 등 추가 비용이 있어 내국인에 비해 생산성이 두 배 가량 차이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차, 3차 협력사들은 총비용을 계산해 부품값을 책정받는데,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게 되면 서류상의 비용보다 더 많은 실질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견•중소 부품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차등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필요하다. 현재 정권에서 이게 쉽지 않다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함으로서 발생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을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김준기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65% 이상이 비수도권에 몰려있는데, 이 지역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현재 중소기업으로 제한돼있는 E-9비자의 고용허가제를 중견기업까지 적용 가능하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SDV 대세인데, 내연기관에 맞춰져 있는 대학교육... 개선 필요
여전히 내연기관 시대에 머물러 있는 대학교육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향후 모빌리티 생태계는 하드웨어보다는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한국에선 이에 적합한 학과가 부족하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재 대학들은 SDV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기 많이 부족한 상태다.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에 맞춰 교육 커리큘럼도 새롭게 짜야 하는데, 대학에서는 이에 적합한 교수와 강사가 없는 실정이다"라며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자바, 파이썬 등 다양한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뤄야 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지식이 필요한 데 그걸 가르쳐주는 학과가 없다. R&D도 많이 축소된 상황에서 대학은 이를 업계 사활이 달린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형 한양대 부총장은 "정부는 현대차, 기아가 알아서 잘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SDV는 기존 내연기관과는 아예 판이 다르고 정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 기계과 학생들은 자동차 회사에 입사를 하고 싶어하지만 전자공학과 학생들은 플랫폼, 반도체 기업으로 가고 싶어하고 자동차 회사는 후순위다. 이것부터 현재 대학에서 SDV에 대한 이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업이 지역 대학과 연계해 지역 거점형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1월 시행된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에 세제 감면 등 기업 지원책을 포함해 기업이 계약학과를 공격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