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투자자 약정·전환사채 회계 '수술대'에...위반율 22% 경고
- 투자자 약정·전환사채 등 4개 분야 선정...2026년 중 심사 실시 - 12년간 393사 심사해 87사 위반 적발...위반율 22.1% 기록 - 복잡해지는 금융거래·불공정거래 대응 위해 선제적 조치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복잡해지는 투자자 약정과 전환사채 관련 회계 위반을 차단하기 위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불공정거래 세력의 전환사채 악용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관련 회계처리 적정성을 엄격히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23일 금감원은 2025년 재무제표에 대한 중점심사 회계이슈로 △투자자 약정 회계처리 △전환사채 발행 및 투자 회계처리 △공급자금융약정 공시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 손상처리 등 4개 분야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심사는 2026년 중 실시될 예정이다.
그동안 주주나 채권자가 투자 결정 시 계약에 여러 약정 사항을 부가하는 사례가 급증해 왔다. 투자자 약정 내용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추세를 반영한 조치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특히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상환전환우선주나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주주에게 조기상환청구권을 부여하거나, 상장 실패 등 조건 미충족 시 자금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출구전략' 관련 약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일부 기업에서 계약상 의무의 특성에 대한 판단이 미흡해 금융부채로 분류해야 할 항목을 자본으로 인식한 사례가 확인됐다. 실제로 A사 종속기업이 기업공개 추진 과정에서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고 인수인에게 풋옵션을 부여했으나, 이를 자본이 아닌 금융부채로 인식하지 않아 적발된 바 있다.
전환사채 관련 회계처리 점검 강화는 불공정거래 대응과 직결된다. 불공정거래 세력이 상장사의 전환사채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전환사채에 포함된 콜·풋옵션이 있는 경우 주계약과 분리 여부를 판단하고, 분리 요건 충족 시 파생상품으로 회계처리를 하도록 했다.
공급자금융약정 공시 강화도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것이다. 2024회계연도부터 개정 기업회계기준이 공급자금융약정이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기재·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은 △은행기한부신용장 △구매전용카드 △구매자금대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구매론 △상생결제시스템 등 6가지 공급자금융약정 사례를 제시했다.
아울러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에 대한 손상처리 점검도 강화된다.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관련 투자주식의 손상차손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상징후가 존재함에도 손상검토를 수행하지 않거나 합리적 근거 없이 검토해 손실을 과소계상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금감원의 이번 중점심사 예고는 실질적 제재력을 바탕으로 한다. 금감원은 2013년부터 2024년까지 48개 회계이슈를 대상으로 총 393사를 중점심사한 결과 87사에서 회계 위반사항을 발견했으며, 이 중 45사에 과징금 등 중조치를 부과했다. 위반 적발률이 22.1%에 달하고, 위반 기업 중 51.7%가 중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기업과 감사인이 중점 점검 회계이슈를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효과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중점심사 이슈 사전예고로 회사와 감사인이 2025년 재무제표 작성과 외부감사를 보다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등과 협력해 안내문 발송과 회계업무 담당자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