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수록 손해"…철강업계, 가격 현실화 절실
건설경기 침체·원가 상승 속 철근·열연가격 하락 지속 감산·출하 중단 이어 가격 정상화 추진…"적정 수익선 복원 시급"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철근과 열연코일 등 주요 제품 가격이 생산원가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만들수록 손해”라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제품 가격 현실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이 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열연코일의 유통가격은 6월 현재 톤당 84만원대로, 올해 3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90만원선이 무너진 뒤 현재까지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근 유통 가격도 최근 톤당 78만원선으로 원가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며 주요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국제강은 기존에 22일까지였던 철근 출하 중단 기간을 오는 30일까지로 연장했다. 현대제철, 대한제강 등 다른 철강사들도 30일까지 가격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출하 중단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철강제품 가격 하락과 별개로 원자재 가격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철광석은 톤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철스크랩도 국내 기준 톤당 37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 물류비, 에너지 비용까지 오르면서 철강업체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뚜렷한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건설경기 침체로 철근과 H형강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수출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실제로 보통 4월부터 건설 공사 성수기로 철근 가격이 오르지만, 올해는 건설경기 침체로 성수기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에 접어들면 비수기가 시작돼 철근 수요가 다시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철강업계에서는 ‘제값 받기’가 정상적인 수익구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설명과 설득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현실화 없이는 감산도, 재고 조절도 구조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판매단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불황 탈출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도 합리적인 가격 책정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