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킥스 200% 지켰지만... '자본의 질' 악화 괜찮을까
DB손보, 올 1분기 말 킥스 204.7%... 목표대로 200% 사수 가용자본 내 기본자본 비중은 감소... 재작년 말 대비 11.1%p 떨어져 기본자본 적을수록 킥스 크게 휘청... 킥스 하락 시 순익 관리·밸류업 계획 차질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DB손해보험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200%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악화 중인 '자본의 질'은 향후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변동성에 강한 기본자본의 비중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만큼, 거시경제 변화 등에 따라 건전성이 적잖이 하락해 수익성과 주주환원 정책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올 1분기 말 기준 DB손보의 킥스 비율은 204.7%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 등에 영향을 받아 전년 동기 대비 24.9%포인트(p) 떨어졌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6%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하락폭이 주요 손해보험사 가운데 큰 편임에도 자체적으로 설정한 '최소 방어 수준'인 200%대를 지켜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보험 가입자가 한꺼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며,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된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와 보험업법상 기준치는 각각 150% 및 100%로,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손보사의 평균 킥스 비율(경과조치 전)은 200.9%다.
이처럼 DB손보가 200%대의 킥스 비율을 사수한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자본 확충이 자리한다. 앞서 DB손보는 지난 2월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올 들어 국내 보험사 가운데 7000억원 이상의 후순위채 발행한 곳은 DB손보와 현대해상뿐이다. 후순위채 발행 덕분에 DB손보의 킥스 비율은 10%p 가량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DB손보가 킥스 비율을 목표대로 지켜냈음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용자본 구성에서 기본자본의 비중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등 자본의 질이 악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용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나뉘는데, 기본자본은 보완자본에 비해 시장 변동성에 강하고 손실흡수력 또한 높은 자본으로 분류된다. DB손보가 지난 2월 발행한 후순위채의 경우 보완자본에 속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괜히 새로운 규제인 기본자본 킥스비율의 도입을 예고한 것이 아니다"라며 "보험업계 전반의 자본의 질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보험사들이 킥스 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DB손보의 가용자본 내 기본자본 비중은 올 1분기 말 기준 36.4%다. 이는 재작년 말 대비 11.1%p, 지난해 말 대비 5.6%p 각각 감소한 수치다. 가용자본이 재작년 말 17조8662억원에서 올 1분기 20조156억원으로 불어나는 사이 같은 기간 기본자본은 8조4879억원에서 7조2857억원으로 쪼그라든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본자본의 축소로 인해 DB손보는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의 하락 역시 피하지 못했다. DB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지난해 말 85.3%에서 올 1분기 말 74.4%로 10.9%p 떨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당 수치는 17개 손보사 가운데 10위에 그친다.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킥스비율 권고치로 예상되는 50%를 넘겼다는 점은 일단 다행이지만, 업계 2·3위권에 위치한 DB손보의 시장 지위를 고려하면 낮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보완자본은 만기와 상환 조건 등이 있어 금리 변동이나 신용 리스크 등의 경제 환경 변화에 취약한 편"이라며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일수록 거시경제 변동 때문에 인해 킥스 비율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킥스 비율이 하락하면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지고 이자 등 자본비용이 증가해 순이익이 감소하고, (킥스 비율 방어에) 자금이 투입돼 배당 등 주주환원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돌려 말하면 가용자본 내 기본자본 비중이 낮은 보험사의 경우 거시경제 변화 탓에 수익성 관리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DB손보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가정 변경 등으로 인해 기본자본이 줄어든 것"이라며 "기본자본 확충을 위해 자산운용 전략이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등 세부 실행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