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YD 아토…'전동화 전환' 계기 만들어줄 차
가격 강점으로 전기차 입문 허들 낮춘 차 딱 가격 만큼의 승차감과 핸들링 전기차의 주행 성능과 유지비로 단점 상쇄
'너무 평범하잖아. 오히려 좋아!'
2박 3일 동안 BYD 아토3를 시승하기로 하고 처음 차를 만났을 때 든 생각이었다. 올 상반기 '핫'했던 전기차를 꼽으라고 하면 BYD 아토3가 빠질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까지 이긴 전기차라니. 미우니 고우니해도 마음 한 켠 '현대 부심'을 안고 있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얼마나 잘하길래 난리야?' 싶은, 다소 고까운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게 사실이다.
한국 시장에 처음 출시할 때도 '하차감'을 중시하는 한국인에게 선택받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평가가 많기도 했다. 여기서 외관 디자인까지 톡톡 튀어버리면 웬만큼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차주가 아니고서야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런 스스로의 태생적 한계를 인지라도 하고 있는 듯, BYD 아토3는 굉장히 점잖고 무난한 디자인을 택하고 있다.
3세대 산타페를 연상케 하는 다소 올드한 바디라인부터 군더더기 없이 일자로 이어놓은 테일램프, 적당한 크기의 동그스름한 라디에이터 패턴까지. 한 눈에 띄는 BYD만의 특징이 있다기 보단 눈에 익은 스타일을 적용해 '낯선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을 최대한 희석시킨 모습이다.
다소 특이한 게 있었다면 색상이었다. 시승용으로 받은 차는 스키 화이트(Ski white) 였는데 까이서 보면 화이트지만 빛에 반사시켜 보면 옅은 그레이 색을 띄었다. 저게 화이트야, 그레이야? 싶어 계속 보게 된달까. 온통 흰차로 뒤덮인 한국 도로에서 소심하게나마 개성을 장착하기 좋아 보였다.
외관 감상은 이쯤 하고 한 번 달려보자 싶어 차 문을 열면 완전히 다른 차가 나를 맞이한다. 밖에서 내내 얌전한 척 하다가 나랑 둘만 있으면 '똘끼'를 대방출하는 내향형 단짝 친구를 보는 기분이다. 눈을 돌려 구석구석 봐도 어디하나 특이하지 않은 곳이 없다.
톱니바퀴 모양의 송풍구는 야광색으로 마감돼 있고, 위아래로 플러스 마이너스 방향이 너무나도 선명히 표시돼 있다. 매쉬하고 시크한 디자인의 송풍구에 익숙해져 있는 입장에서 다소 '장난감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막상 써보니 운전 중에도 손가락 감각만으로 바람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어서 편했다.
도어 손잡이도 지금 껏 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다. 누가 도어 손잡이와 스피커를 합칠 생각을 했겠는가. 그런데도 보는 순간 '이게 손잡이겠구나' 싶어 자연스럽게 당기게 되는 직관적인 디자인을 갖춰 불편하진 않았다.
이 외에도 피씨방 의자가 생각났던 시트 디자인이라던가, 뜯으면 '도미솔' 음이 연주되는 기타줄 모양의 도어 수납함 등 군데군데 말문을 막히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또 '이건 정말 BYD니까 가능하다' 싶었던 옵션이 하나 있었는데, 노래방 기능이었다. 패드에 노래방 어플이 있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설마? 싶어 콘솔박스를 열어보니 진짜 마이크가 있었다. 그것도 BYD 로고를 떡하니 박고 있는 순정 정품 마이크다.
한민족이 최고의 음주가무의 민족인 줄 알았는데 중국도 흥이 만만치 않은가 보다 싶었다. 마이크를 보여줬더니 동승자들 모두 깔깔 웃다가 이내 진지한 얼굴로 노래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쯤되니 유치하다고 비웃었다가 막상 잘 쓰게 되는 반전 효과를 노린 건가? 라고 추리하게 됐다.
이런 개성들은 귀엽게 봐줄 수 있지만 불편한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수납 공간이 너무 작다. 운전석을 앞으로 조금만 당겨도 센터 콘솔 아래에 있는 공간에 손을 넣기가 힘들었다. 충전 단자도 그곳에 있다보니 선을 연결하려면 차 시트를 완전히 뒤로 빼야 했다.
시트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다. 머리를 지탱하는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데, 조절할 수 없는 일체형이라 기존에 타던 차와 좌석의 느낌이 많이 달랐다. 처음 한 두시간 동안은 내내 시트를 앞으로 당겼다 뒤로 젖혔다를 반복하며 착좌감에 적응해야 했다.
차량 내부를 경험하고 나서 주행 성능에 대한 기대는 조금 내려갔던 게 사실이다. 차량 자체가 열심히 노력하는 귀여운 사회 초년생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발하자마자 아토3는 또 다른 반전을 선사했다.
기자가 시승한 구간은 서울 송파구부터 경기도 평택시까지로, 시내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고루 경험할 수 있었다.
우선 전기차 답게 힘이 좋다. 203 마력에 310Nm 토크니 동급의 코나, 셀토스, 티볼리보다 가속감이 훨씬 뛰어나다. 물론 제로백이 7초가 넘기 때문에 고사양 전기차와 비교해서는 엑셀 반응이 느리지만, 같은 가격을 기준으로 비교 차종을 고른다면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핸들링의 경우 취향은 아니었지만 안정감 면에서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자의 평소 취향은 가볍고 민첩한 느낌의 핸들로, 아토3의 다소 무거운 핸들이 그다지 고급스러운 느낌은 주지 못했다. 저속 주행이나 U턴시 조향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점도 불편했다.
하지만 적응하고 나니 무거운 핸들이 주는 안정감이 장점으로 느껴졌고, 고속 주행에서의 코너링에서도 차체 출렁임이 적어서 꽤나 성실하게 만든 차라는 인상을 줬다.
다만 저가형 차량인 만큼 엑셀에서 모터의 진동이 느껴지고, 방지턱을 넘을 때 뒷바퀴가 튀어오르는 듯한 충격이 전해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나마 전기차이기 때문에 이 정도 정숙성을 유지한다는 느낌이다.
서스펜션의 경우 유럽의 취향에 맞게 다소 딱딱하게 세팅돼 있어, '부드러워야 고급'이라는 인식을 가진 한국인들에게는 이 또한 '제 값 한다'는 느낌으로 와닿을 수 있다.
ADAS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도 일상에서 사용하기 큰 불편함은 없었다. 기자 체험 기준 80-120km/h까지 ACC가 안정적으로 지원됐고 충돌방지 경고음도 알맞게 울렸다. 다만 차선 중앙 유지 시스템의 경우, 인식이 풀리는 경우의 수가 타 차종보다 많다는 인상은 받았다.
배터리의 경우 완충 시 330km 이상을 갈 수 있고, 서울에서 평택을 왕복했을 때도 250km 이상 주행거리가 남아있어 국내에서 타기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했다. LFP 배터리라 겨울철 효율을 따져봐야 하지만, 열관리 시스템으로 여름과 겨울의 주행거리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하니 겨울철 시승기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BYD 아토3는 전기차 입문용으로 추천할만한 차량이라고 판단된다. 당연히 가격을 최우선순위로 고려했을 때 이야기다.
2000만원 후반에서 3000만원 초반 사이에 구매할 수 있는 만큼, 동급의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강력한 전동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