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경기침체에 건전성 부담↑... "관리 강화 필요"

1분기 말 무수익여신 잔액 1조4099억원... 전년 동기 대비 78% '급증' 기업·가계 가리지 않고 무수익여신 폭증... 기업 84%·가계 98%↑ 부실채권도 1년 새 크게 불어... 1분기 NPL 잔액 전년 동기 대비 55%↑

2025-06-10     이준성 기자
[사진=NH농협은행]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농협은행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중에서 유일하게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깡통대출'인 무수익여신이 지난 1년간 6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건전성 악화 흐름에도 기업여신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게 농협은행의 방침인데,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침체 상황을 고려하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은행의 올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1조409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7886억원) 대비 무려 78.78% 급증한 규모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은 물론이고 이자 또한 받지 못하는 대출을 뜻한다. 90일 이상 연체됐거나 부도 처리된 대출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자수익조차 발생하지 않는 만큼 부실채권으로 불리는 고정이하여신(NPL)보다도 '악성'으로 분류된다. 금융권에서 무수익여신을 깡통대출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눈에 띄는 부분은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 증가세가 '독보적'이라는 점이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가운데 무수익여신이 6000억원 이상 늘어난 곳은 농협은행뿐이다.

타 은행과 비교하면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례로, 이 기간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평균 2490억원 가량 늘어난 반면, 농협은행은 이보다 약 2.5배 많은 6213억원이나 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 1년 새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기업여신과 가계여신을 가리지 않고 모두 폭증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 잔액은 1조2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04%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가계대출 무수익여신 잔액은 2989억원으로 98.2% 늘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커졌다.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비율은 지난해 1분기 말만해도 0.26%였으나 올 1분기에는 0.44%까지 치솟았다. 올 1분기 말 기준 무수익여신비율이 0.4%를 상회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무수익여신비율 증가폭이 0.1%포인트(p) 이상인 곳은 5대 은행 중에서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아울러 농협은행은 NPL 역시 지난 1년 새 크게 불어났다. 올 1분기 말 기준 농협은행의 NPL 잔액은 1조806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634억원) 대비 55.26% 늘었다. 증가율은 우리은행(56.63%)에 근소하게 밀려 5대 은행 가운데 2위지만, 증가폭(6430억원)은 압도적인 1위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개 은행의 NPL 잔액이 2170~382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불황과 고금리 여파 등으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면서 농협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들의 건전성도 전반적으로 안좋아지고 있다"면서도 "농협은행의 건전성 악화세는 유독 가파르다"고 전했다.

이어, "(무수익여신 급증 등은) 최근 농협은행의 여신 및 리스크 관리 체계가 타 은행보다 다소 부족했다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라며 "농협은행이 지난해 초부터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기업금융 등을 공격적으로 강화한 것에 따른 '반작용'을 맞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건전성 악화 흐름이 심상치 않지만 농협은행은 앞으로도 기업여신 등을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행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NH농협금융지주에 전액 배정하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농협은행은 자본비율 개선 및 중장기적인 기업여신 확대 등 사업 경쟁력 강화 목적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그간 기업금융이 약점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며 "이 탓에 농협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이 일정 부분 흔들린다고 해도 (기업금융 확대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경기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터라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농협은행이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세심하고 적절한 여신 확대 전략이나 리스크 관리 기조가 없다면 농협은행은 건전성은 지금보다도 악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고환율·고물가가 길어지면서 내수회복이 지연되는 와중에 기업들의 경영 여건과 상환 부담이 동시에 악화된 것이 (건전성 부진의) 원인"이라며 "연체채권 관리와 관련 핵심성과지표(KPI)를 강화하고 연체채권 정리 제도에 변화를 주는 등 건전성 개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