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AI 기술에 '사활'...보험금지급 등 악용 사례 방지 '관건'
보험업계, 금융업권에서 은행 다음으로 높게 AI 도입, 각종 업무에 적극 활용 해외에선 AI 활용한 악용 사례도... 관계자 "국내 상황과 상이, 타산지석으로"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보험업계는 AI를 활용한 혁신 금융서비스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술이 보험업계 산업 전반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해외에서 AI가 건강보험과 관련해 악용된 사례가 있고 보험금 지급 심사 등 일부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보험사들 이미 AI 도입 활성화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보험사들은 이미 고객응대, 보험인수 심사, 보상심사 등 다방면의 업무영역에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14억달러에서 2032년에는 274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보험 산업 역시 같은 기간 3억달러에서 55억달러로 약 18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중인 점을 감안하면, AI가 보험 산업 전반의 운영 체계를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쓰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망 분리 규제 완하 이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aaS)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지정된 보험사 혁신금융서비스는 총 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건이 증가했고, 이중 75%인 21건이 SaaS 기반 협업 및 운영 효율화 서비스다.
미래에셋생명·라이나생명·카카오페이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DB생명·메트라이프생명등 6개 보험사는 총 7건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등록했다. 이들은 상담 자동화·문서 작성·고객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된 업무 영역에 AI 기술을 이미 활용중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망 분리 규제 완화 이후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aaS)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일부 보험사에서는 전체 대면 채널 계약 중 절반 정도를 AI를 사용해 계약 체결 전 심사 단계에 활용한다”며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심사 데이터를 분석해서 알고리즘을 구축해 사용하니 훨씬 효율화됐다.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원회에서 지난해 말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할 떄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AI를 국가 전략 기술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보험사 역시 AI 기술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등 인센티브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 4곳 중 1곳은 이미 AI를 도입했고, 이는 전체 금융업권에서 은행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보험금 지급 심사에도 AI 활용되나?... 해외 사례 보니 “문제 있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사례에서는 보험금 지급 심사시 가입자가 제출한 영수증 이미지에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로 필요한 정보를 자동 추출한 후 이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보험금 지급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는 실손의료보험 등 소액 사고가 반복되는 청구 건에서 AI 자동심사를 우선 적용하면 지급 속도를 높이고 인력 부담은 낮출 수 있어 보험업계에서 환영받고 있다.
다만 해외 사례를 참고했을 때 보험금 지급 심사시 AI 전면 도입은 너무 이르지 않냐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현재 유나이티드헬스, 휴매나, 시그나 보험의 경우 AI를 악용해 지급 심사를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이유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는 혐의로 집단소송 중이다. 특히 시그나의 경우 2달동안 30만이 넘는 건을 AI를 사용한 자동화과정을 통해 거절했고, 이는 통계적으로 건당 리뷰 시간이 1.2초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0년에 유나이티드헬스는 내비헬스(naviHealth)와 보험 지급을 예측하는 nH Predict라는 알고리즘을 도입했고, 휴매나 등 타 보험사에도 보급했다.
소장에 따르면 nH Predict의 오류비율은 90%에 임박하는데, 이는 10건 중 9건의 거부 판정이 보험금 청구 항소를 통해 뒤집힌다는 의미다. 다만 거부 판정을 받은 가입자 중 0.2%에 달하는 극소수만이 청구 항소를 진행했기에 나머지 가입자들은 청구된 비용을 지불했거나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장에서 인용된 조사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헬스가 직원들에게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특정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지불을 거부하도록 압력을 가했으며, 직원들이 환자의 재활 입원 기간을 nH Predict가 예측한 입원 기간의 1%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주장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의료보험 시장의 경우 미국과 다른 점이 많아 건강보험 관련해서 AI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해외 사례를 참고하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으니 보험업계에서 반면교사로 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