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대] 징벌적 과징금·보수환수제 도입되나... 금융권 '긴장'
李, 공약집 통해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자 등 엄정처벌이 원칙" 책무구조도 엄격 적용 등 제재 강화될 듯... '단기 실적주의'도 제동 걸릴 전망 금융권 "금융사의 책임·부담 커져... 내부통제·보안관리 중요성 확대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금융 공약에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징벌적 과징금 제도와 보수환수제 등 금융사의 책임과 부담을 높이는 제도의 도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내부통제와 보안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어떤 공약이 정책화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공개한 대선 정책 공약집을 통해 "'금융사고 책임 떠넘기기 관행'을 근절하겠다"며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자 등에 대한 엄정처벌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엄정처벌 방안으로 먼저 꺼내든 카드는 책무구조도다. 금융사고가 일어나면 금융사 임원의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책무구조도를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의 직책별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제도로 '금융판 중대해재처벌법'이라고도 불린다. 내부통제를 강화해 금융사고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올1부터 은행과 금융지주가 책무구조도를 본격 시행 중이며, 다음달 3일부터는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가 책무구조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사고 발생 시 실무자는 물론이고 부서 총괄 책임자와 CEO까지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이 대통령이) 책무구조도를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것은 금융사고가 일어나면 이에 대한 검사와 제재 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의 공약에는 금융 보안사고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담겼다. 사후책임 강화를 통해 보안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금융사로 하여금 보다 실효성 있는 보안 체계를 확립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보수환수제(Clawback·클로백)를 도입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금융사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될 경우 경영진의 보수를 일정 기간 환수한다는 것이 해당 제도의 핵심이다. 일부 금융사가 표면적인 실적 등을 높이기 위해 기업 분석 및 투자의 기초가 되는 재무제표를 '부풀리고' 있다는 비판을 공약에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금융권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재무제표 작성부터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보수환수) 관련 조항이 있는데 새 정부는 이에 대한 금융사의 구체적인 내부규범 마련 등을 요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은행의 영업관행에도 제동을 걸 전망이다. 은행권의 단기 실적주의가 과도한 영업 압박 등을 초래하고 금융사고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 설계와 관련해 평가 항목의 과도한 세분화를 개선하고 수익성 편중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반에 전면적인 KPI 개편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금융소비자의 권리는 강화하되 금융사의 책임과 부담은 크게 늘리는 공약을 내놨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이 대통령의 공약에서) 고객과 시장에 해가 되는 행위를 한 금융사는 단단히 혼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전했다. 이어, "공약이 어떻게 정책화 될지에 관계 없이 금융사들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인력과 시스템 등을 추가로 투입해 내부통제와 보안관리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공약에 기반한 정책들이 자칫 금융권에 대한 과잉 규제나 처벌이 되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며 "일단 어떤 공약이 정책으로 만들어질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