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대] 은행법 개정 기정사실화... 대출금리 내려갈까
'李 핵심 금융 공약' 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 유력 정부·여당, 은행법 개정 통해 가산금리 손질·대출금리 인하 노려 업계 "개정안 시행되도 대출금리 유지 가능... 예금금리 하락·취약층 대출 축소 등 부작용 예상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림에 따라 은행법 개정안이 빠르게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방식을 손질해 대출금리를 낮춤으로써 차주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해당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개정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대출금리는 그대로 일 수 있으며, 예금금리가 하락하고 서민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줄어드는 등 금융소비자의 전반적인 이익은 되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은행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발의됐으나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입장 차이로 인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다만, 금융권은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 제5차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데다가 이 대통령 역시 당과 결을 같이하며 은행법 개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금융 공약 중 하나로 은행법 개정을 통한 원리금(원금+이자) 상환 부담 경감을 내세운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와 금융채 금리 등을 반영한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 중 가산금리에는 업무원가, 법적비용, 위험프리미엄, 기대수익률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법적비용을 가산금리에 최대 50%까지만 반영하도록 상한선을 두겠다는 것이 은행법 개정안의 골자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은행들이 그간 법적비용이라는 이유로 지급준비금과 예금보험료, 서민금융 출연금 등의 비용 부담을 차주에게 떠넘겨 왔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하는 금리인데 은행마다 책정 기준이 제각각이라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라며 "개정안 시행되면 출연료 등 연 1조5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는 만큼 가산금리와 대출금리가 낮아져 차주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산금리를 억제하더라도 은행이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안 등으로 대출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의 지난 4월 신규취급액·분할상환방식 기준 주택담보대출 평균 대출금리는 3.95%로 지난해 9월 대비 0.1% 상승했다. 이 사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대출금리는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지표금리(3.23%→2.81%)와 가산금리(3.02%→2.97%)의 하락폭보다 우대금리 반영 항목인 가감조정금리(2.3%→1.73%)의 하락폭이 컸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관련 업계는 은행들이 개정안 시행 이후 수신(예금)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은행권이 개정안 시행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과 이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해 예·적금 가입 고객에게 이자를 덜 지급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가산금리 규제는 은행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예보료·출연료의 금리 반영 비율을 10~30% 수준이라고 가정할 때 (가산금리 규제는) 은행의 세전이익을 5~10%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서는 개정안 시행 시 서민이나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의 자금줄이 마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각 은행이 수익성 하락을 피하기 위한 카드 중의 하나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들의 대출 한도를 우선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개정안 시행으로) 손실 조짐이 보이면 수익이 불안정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 및 기업 등에 대한 대출부터 줄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개정안의 취지와는 달리 서민이나 중소기업 등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와 국회가 개정안을 급히 처리하기보다는 취약계층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