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득세하는 서방국가, 친환경은 배부른 소리? "실익 때문에 재생에너지 포기 못할 것"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EV트렌드코리아에서 배터리와 EV에 대한 투자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연사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연단에 올라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정책 변화 및 배터리 수급 전망에 대한 분석을 공유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섹션이 어려워진 건 트럼프의 개인적인 정치 성향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정치 이슈에 주목도가 편중돼 있지만, 유럽의 동향까지 폭 넓게 살펴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을 대하는 온도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중동과 유럽에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에서도 임금 상승률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며 서방국가들이 실존적인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제 지표가 좋았던 시절에는 미국과 유럽에서 탈탄소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민생이 어려워진 현재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여론 민감도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이 연구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공화당, 중도 지지층 모두 2019년을 기점으로 기후 변화 대응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줄어들었다.
유럽 역시 지난 2년간 독일의 GDP가 역성장 하고 영국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주저앉으며, 친환경보다는 경제와 안보를 우선시하는 보수 정당의 의석수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탈탄소 대응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미국 전 대통령이 제시한 '2030년 전기차 전환율 50% 달성'이라는 목표는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탈탄소라는 큰 틀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친환경이라는 도덕적 당위성 때문이 아니라 서방국가들의 실리가 친환경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이다.
김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는 이상적인 환경 조건을 갖춘 지역에서는 매우 저렴한데, 현재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럽과 미국은 땅이 크고 기후가 다양한 만큼 재생에너지가 꽤 효과적인 전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외에도 제조업 분야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점, 글로벌 트렌드를 친환경으로 가져갈 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점 등 서방국가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많기 때문에 친환경 기조가 꺾여 과거로 회귀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현재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는 체제 경쟁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중국을 탈피한 공급망을 구축했느냐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