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회생”...유통 공룡들 흔들리자, ‘현미경’ 들이대는 금융당국

현대백화점, 차입 줄였지만 ‘주채무계열’ 재지정…신용공여액 증가 영향 홈플러스 회생에 납품 중단·매장 해지 잇따라…유통 전반 불안 확산 명품 플랫폼도 줄도산 조짐…금융당국, 유동성·신용구조 모니터링 강화

2025-05-30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유통업계가 잇따른 구조조정과 회생 절차로 흔들리자 금융당국이 재무구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다시 주채무계열에 편입된 것이 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서울

최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1년 만에 다시 주채무계열로 지정됐다.

주채무계열 제도는 총차입금과 은행권 신용공여액이 일정 기준을 넘는 대기업집단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매년 재무건전성을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 약정을 체결하도록 한 제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23년 첫 주채무계열로 지정된 이후, 차입금을 줄이며 지난해엔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올해 다시 편입되며, 재계와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총차입금은 2조9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공여액 증가가 재지정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공여액은 대출 한도만 있어도 산정 대상이 된다”며 “차입금이 줄었더라도 유동성 확보 목적의 한도 설정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백화점그룹의 자산규모는 1년 사이 5000억원 이상 늘어난 22조1840억원에 달했다.

한편 유통업계의 재무구조 관리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홈플러스 사례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최근 주요 식품업체들의 잇단 납품 중단에 직면했다. 빙그레와 매일유업이 각각 일부 품목 납품을 멈춘 가운데, 전국 17개 매장의 계약 해지 추진까지 겹치며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법원은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과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각각 오는 6월 12일과 7월 10일로 연기한 상태다.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1세대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데 이어, 업계 매출 1위인 젠테까지 구조조정에 나섰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고정비를 줄이려는 시도지만, 시장에선 유통 스타트업 전반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여전히 높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그룹 부채비율은 51.2%로 롯데(115.8%), 신세계(93.8%)보다 낮고, 현대백화점은 업계 유일의 신용등급 AA+를 유지 중이다. 계열사인 현대홈쇼핑과 한무쇼핑 등도 A1 단기등급으로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이 재무 건전성 관리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유통 대기업들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과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입규모보다는 유동성 관리능력과 신용공여 구조가 핵심 관리 지표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앞서서는 대규모 차입이나 적자가 없으면 위험 신호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유동성과 다각화된 자금 조달 구조까지 점검 대상이 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감시 기준이 한층 세밀해진 만큼, 그룹 전반의 재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