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2.50%로 인하…한은, “성장률 0.8%로 대폭 하향”

금통위, 경기 부양 위해 네 번째 금리 인하 단행 내수 침체·관세 여파에 성장률 전망치 0.7%P 낮춰

2025-05-29     박금재 기자
한국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낮추며 네 번째 인하에 나섰다. 급속도로 얼어붙은 내수와 미국발 관세 충격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8%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연 2.7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과 부합한 결정으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3년 2개월 만에 인하한 이후 이번까지 총 네 차례 인하에 나선 셈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이 이어졌고,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수출에도 타격을 입히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려 소비와 투자를 살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안정된 것도 금리 인하 결정에 힘을 실은 배경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2.0%포인트로 확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아직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금리를 인하하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크게 낮췄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 8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향 조정이다. 한은의 올해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수정 전망과 동일하고, IMF의 지난달 전망치(1.0%)보다 낮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기존 1.8%에서 1.6%로 하향 조정됐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각각 1.9%, 1.8%로 내놨다. 물가 상승률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속에, 경기 둔화에 보다 초점을 맞추겠다는 기조다.

금통위는 “금융 완화 기조 지속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가능성과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선 성장의 하방 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과 금융 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동시에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기존 1.25%에서 1.00%로 인하했다. 이는 자금 경색 우려를 완화하고 중소기업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한 보완적 조치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8월까지 1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연 3.50%)하다 10월 연 3.25%로 내리면서 사실상 통화정책의 전환을 시작했다. 이후 11월, 올해 2월에 이어 이번까지 총 1.00%포인트 인하했다. 직전 4월 금통위에선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달 다시 인하하면서 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다음 금통위 회의가 열리는 7월과 8월로 향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번 결정문에서 추가 인하를 시사하는 문구를 지우지 않고 유지해 시장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다만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이 지연되는 분위기, 새 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경 편성 여부, 미중 간 관세 협상 등 대외 여건에 따라 추가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와 수도권 집값 반등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증가가 다시 고개를 들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