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회계부정 '철퇴' 강화...최대 161억원 과징금
- 과징금 772억원 부과...직전 3년 대비 117% 급증 - IPO 예정기업 3곳 상장 유예...사전 차단 효과 뚜렷 - 조직적 분식회계 적발 확산...감사 방해까지 동원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회계 분식에 대한 금감원의 '무관용' 원칙이 뚜렷해졌다. 최근 3년간 감시 대상 기업 절반인 214개사를 제재하고 과징금을 두 배로 늘렸다. 16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과징금까지 등장하며 회계 위반의 대가가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27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재무제표 심사·감리를 실시한 458개사 중 214개사에 제재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심사 대상의 47%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과징금 부과 강도가 크게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52개사에 총 7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 직전 3년간(2019~2021년) 356억원에서 117% 증가했다. 연평균으로는 119억원에서 257억원으로 급증했으며 검찰 고발·통보 조치도 22개사가 받았다.
금감원은 회계부정 유인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감시 역량을 집중 투입했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 예정기업 22개사와 재무적 위험기업 31개사, 사회적 물의 기업 12개사를 심사·감리 대상으로 선정하는 한편 현장감리를 확대 실시한 것이다.
특히 IPO 예정 기업에 대한 사전 차단 효과가 뚜렷했다. 심사 대상 22개사 중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중조치 이상을 받은 3개사는 모두 상장이 유예되는 모양새다. IPO 직후 회계 부정이 발견된 기업에 대해서도 신속한 거래정지 조치를 통해 추가 피해자 발생을 막았다고 강조했다.
중대한 회계 위반에는 사상 최대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설비 제작 사업 등을 영위하는 한 기업에는 161억원의 과징금이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업은 건설공사 관련 공사 예정원가와 공사 손실을 과소계상하고 해외 종속기업 투자 주식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는 등 중대한 회계 위반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한계기업 등 재무적 위험기업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감시도 강화되는 추세다. 해당 그룹 43개사 중 심사·감리가 완료된 36개사를 분석한 결과 17개사가 조치를 받았다. 지적률이 47.2%에 달했으며 이 중 7건은 중조치를 받아 중조치 비율도 41.2%로 나타났다.
아울러 회계 위반 예방을 위한 지적 사례 공개도 확대되고 있다. 금감원은 심사·감리 지적 사례를 연 2회 공개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개한 2024년 하반기 지적 사례 14건을 살펴보면 매출·매출원가 허위 계상이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석 미기재 2건, 투자 주식 과대계상 1건, 금융 부채 미인식 등 기타자산·부채 관련 7건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감리 절차의 신속성과 투명성 제고에도 나섰다. 감리 조사 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제한하고 모든 감리 건의 내부 조사를 1년 이내에 완료했다는 것이다. 피조치자의 문답서 열람 시기를 2주 이상 앞당기고 복사도 허용하는 등 방어권 행사 지원 범위를 넓혔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사례들을 보면 IPO를 겨냥한 조직적 분식회계가 여러 차례 적발됐다. 화학제품 제조업체 A사는 IPO 준비 과정에서 상업송장과 물품 명세서에 실제보다 많은 수량과 높은 단가를 허위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가공 매출을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감사 과정에서는 해외 매출채권조회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해외거래처 주소를 제공하지 않는 등 감사 방해 행위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소프트웨어 공급업체 B사는 IPO 공모가를 높일 목적으로 조직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실제 제품 납품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매출로 처리했으며 외부감사인의 재고 실사 때는 허위 매출 관련 재고자산을 별도 장소에 은닉하는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장폐지 회피를 위한 분식회계 사례도 있었다. 제조업을 영위하는 C사는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고자 실제 상품 인도 없이 자금만 주고받는 방식으로 허위매출과 매출원가를 인식했다. 허위 재고자산 계상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재고 실사일에 재고자산을 대여받아 창고에 보관하다가 실사 후 매입처로 반환하는 수법까지 구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관기관을 통해 기업과 감사인에게 심사·감리 주요 지적 사례를 배포해 유사사례 재발 방지와 투자자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예정"이라며 "매년 정기적으로 심사·감리 주요 지적 사례를 공개해 데이터베이스를 지속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