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예금 1000억달러 아래로…달러자산 매도세, 기업 중심 ‘3개월 연속 감소’
기업 외화자산 조정 본격화…3개월 연속 하락 유로·위안화 예금 증가, 달러 집중도 낮아져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외화예금 잔액이 3개월 연속 줄어들며 1000억달러 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달러화 예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기업 중심의 외화 유동성 조정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5년 4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62억6000만달러로, 전월보다 6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올해 들어 세 번째 감소이자, 지난 2월 1000억달러 붕괴 이후 지속된 하락 흐름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이 국내 은행에 예치한 외화 예금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나, 2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3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전체 외화예금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달러화 예금이 20억8000만달러 줄며 전체 감소폭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4월 말 기준 달러화 예금 잔액은 전체 외화예금의 85.4%에 해당한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예금은 기업의 원자재 구입대금 지급, 외화 차입금 상환 등으로 전월 대비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기업들의 외화 보유 자산 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달러화와 달리 유로화와 위안화 예금은 증가세를 보였다. 유로화 예금은 전월 대비 9억7000만달러 늘었고, 위안화 예금은 3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유로화 예금 증가는 유로화 강세에 따른 단기 예치 성격의 자금 유입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되며, 위안화 예금은 일부 기업이 배당금 수취 목적으로 단기적으로 예치한 데 따른 결과다.
예금 주체별로 보면, 기업예금이 큰 폭으로 줄었다. 기업의 외화예금은 3월 대비 9억8000만달러 감소한 82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외화예금 감소분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으로, 외화 예금 감소가 기업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반면, 개인예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4월 말 기준 개인 외화예금은 138억5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3억달러 증가했다. 이는 달러 약세 국면에서 환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의 단기 유입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이 보유한 외화예금이 오히려 늘어났다. 국내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838억달러로 전월 대비 9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반면,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의 예금은 16억6000만달러 감소한 124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외은지점들이 본사 송금 등을 통해 외화자산을 조정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체 외화예금 감소는 원·달러 환율 변동과 맞물려 시장의 달러 수요 변화, 기업의 자금 운용 전략, 그리고 투자자들의 환차익 전략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기업 부문의 외화자산 조정이 두드러지며, 향후 외화 유동성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외화예금의 흐름은 환율 변동성, 금리 차, 글로벌 경제 상황, 무역대금 결제 흐름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외화예금의 흐름이 단기적인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인 환리스크 관리 전략과 연계되어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