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순이익·자본 일제히 하락…삼성화재, 약관대출한도 축소로 리스크 관리 나서
대형 손해보험사들 평균 순이익·자본 일제히 하락 원인은 질병·산불·기준금리 인하·금융당국 할인율 규제 삼성화재, 3년만에 약관대출 한도 축소 건전성·리스크 관리·금융당국 기조 따라가는 '1석3조'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1분기 순이익과 자본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보험·일반보험 이익, 기타포괄손익 항목의 감소로 인한 자본 하락으로 올해도 손보사들은 건전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이날 삼성화재는 3년만에 약관대출한도 축소에 나서며 건전성·리스크 관리 및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도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손보사 자본·순이익 감소...원인은 질병·산불·기준금리 인하
2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3년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거둬온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대형 손보사들의 자본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 1분기 5개 손보사의 자본은 전년 동기 대비 2조6000억원 감소해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로 줄었다.
통상적으로 자본 감소는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올해도 손보사들은 건전성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순이익 감소는 보험이익 감소에 있다는 평가다. 5대 손보사의 보험이익은 1조62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했다. 독감 등 의료 서비스 사용량 증가로 장기보험 이익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예실차가 악화됐으며, 대형 산불 영향으로 일반보험 이익 역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본의 감소다. 올해 1분기 상위 5개 손해보험의 총자본은 38조1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40조7336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이들 손보사의 지난 1분기 총자본 감소액은 2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원인은 기타포괄손익 항목의 감소에 있다. 5개 손보사 중 지난 1분기 기타포괄손익에서 이익을 기록한 회사는 삼성화재뿐이다. 삼성화재의 기타포괄이익은 2조40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실 규모는 메리츠화재 6064억원, DB손보 3조8828억원, 현대해상 3조3346억원, KB손보 1조3011억원으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크게 확대됐다.
기타포괄손익은 미실현 항목으로 자본 변동에 영향을 미치며 기업의 영업성과와 재무상태를 명확히 구분해 보여 주기 위한 회계 항목이다. 일시적 변동이나 평가손익, 금리 및 환율변동 등으로 발생하며, 보험사의 자본 증감에 영향이 있는 만큼 건전성 지표인 킥스 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타포괄손익 감소의 원인은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할인율 규제강화로 보험계약 금융손실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보험계약 금융손실은 시장금리 변화나 계리·할인율 가정 변경으로 보험계약의 가치가 바뀌었을 때 잡는 계정이다.
할인율 규제는 보험 부채를 계산할 때 쓰는 할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국고채 금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2027년까지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계획이다.
다만 대형 손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을 기반으로 투자이익과 신계약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두며 안정적인 킥스 비유을 유지했다. 올해 1분기 킥스 비율은 삼성화재 266.6%, 메리츠화재 239%, DB손보 204.7%, 현대해상 159.4%, KB손보 182.1% 수준으로, 현재 금융당국 기준인 150%를 상회하고 있다.
삼성화재, 보험계약대출 한도 축소 나선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삼성화재는 다음달 24일 자정부터 3년 만에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한도를 30%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약관대출 잔액이 급증한 가운데 대출을 갚지 못하는 가입자가 늘자 한도를 줄인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화재의 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4조4078억원으로, 국내 손해보험사 중 가장 많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삼성화재 금리확정형 약관대출 이자는 7.12%로 손보업계에서 가장 높았다.
약관대출은 해지환급금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 대출 심사가 없고 신용 등급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 고객이다.
한 삼성화재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이 줄어드는 형태로 대출금의 비중이 과도해지는 우려가 있어 한도를 축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삼성화재의 가계 대출 채권 연체 규모는 380억원으로, 전년 동기(320억원)보다 18.7%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이같은 행보는 약관대출 한도를 축소해 대출이자를 내지 못하는 부실 차주들을 줄여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보험 계약 해지율 역시 낮추는 동시에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정책 기조도 반영된 ‘1석3조’라는 설명이다.
약관대출은 이자를 미납해도 연체 이자가 부과되지 않지만 미납한 이자는 대출 원금에 포함된다. 대출 원금과 이자가 합산된 원리금에 대출 이자율이 적용되다 보니, 이자를 미납할수록 부담해야 할 이자는 늘어난다. 원리금이 결국 해약환급금을 초과하면 보험 계약이 해지될 수 있어 약관대출 한도 축소는 부실 차주 정리에 도움이 돼 보험 계약 해지율에도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앞서 금융당국은 이달 18일부터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해 부실 정리와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가 지연되는데다 개인사업자와 가계대출 저축은행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자 건전성 관리 현황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이 이렇듯 제2금융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게끔 압박을 넣는 상황이라 삼성화재도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화재측에서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도 동시에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을 따라가는 선택을 한 것”이라며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로 대처하겠지만 삼성화재가 빠르게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