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T ‘위약금 면제 시 3년에 7조원 손실’보다 '고객 신뢰 추락'이 더 뼈아프다
“SK텔레콤이 평소에 얼마나 보안에 허술하면 비번(비밀번호)를 보드에 적어놓냐.”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관련 일일 브리핑 영상을 보고 SNS상에서 퍼진 이야기다. 해당 영상에는 브리핑을 진행하는 류정환 SK텔레콤 네트워크 인프라센터장 너머 화이트보드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혀있다.
사실 이는 해당 공간을 오가는 임직원이나 기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ID와 비밀번호를 적어둔 것으로 이것만으로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은 SK텔레콤 입장에서 다소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현 상황에서 고객과 대중의 SK텔레콤을 향한 신뢰가 얼마나 하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웃지 못할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4월 SK텔레콤의 최초 해킹 신고 이후로부터 거의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마스크 구매를 위한 길고 긴 대기 행렬을 우리는 5년 만에 다시 SK텔레콤 전국 매장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사상 초유의 유심 해킹 사태의 여파로 인해 커뮤니티와 SNS상에는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안된 가짜뉴스도 확산됐다. 최근 민관합동 조사단의 2차 조사 결과 IMEI(단말기 고유 식별번호)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SNS상에서는 ‘휴대전화를 교체해라’, ‘주민등록번호를 바꿔야 한다’와 같은 근거 없는 주장들이 수천번 공유됐다.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실제 위험성보다 해킹 우려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기자 대상 일일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뒤늦게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성난 고객들과 대중을 잠재우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사회는 개인 신분마저도 ‘본인인증’ 문자로 증명해야 하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큰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그것도 업계 1위인 회사가 3년여간 악성코드가 내부 서버에 침입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기업보다 ‘보안’이 중요한 통신기업에서 절대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태의 수습과 향후 예방’이다. SK텔레콤은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실제 피해 사례가 지금까지 단 1건도 없었고 설사 사고 발생하더라도 SK텔레콤이 100%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고객들과 대중은 이런 SK텔레콤의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해킹을 당한 지금 상황이 이들에게는 피해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해 유심 교체를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 느끼는 심적 스트레스 등 하다못해 유심을 교체하려 매장 앞에서 줄을 서기 위해 소모한 고객의 시간은 애초에 SK텔레콤이 해킹을 당하지 않았다면 소모할 시간이 아니었다.
이번 사태로 번호이동을 원하는 고객들의 위약금을 면제해달라는 요구에도 SK텔레콤은 ‘법적 검토와 이사회 결정이 필요하다’라는 입장만을 반복할 뿐이다. 이러니 100% 보상해 주겠다는 SK텔레콤의 주장에도 고객들이 크게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사정이다.
SK텔레콤은 위약금을 면제할 경우 250만명의 고객과 7조원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 수치가 타당한지를 떠나서 SK텔레콤이 그간 쌓아온 고객과의 유대관계, 고객의 신뢰는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다. SK텔레콤은 계산되는 수치보다 보이지 않는 지금 이 상황을 뼈아프게 여겨야 한다.
[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