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 산업은행의 ‘골칫거리’되나
KDB생명, 자본총계 -1348억원에 달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 산업은행, 자본잠식 해소 위해 추가 자금 투입 예정... "연내 유상증자 논의 중" 문제는 산업은행의 건전성 역시 비교적 '위태'... 고환율 등 여파로 '흔들' 금융업 관계자 "국책은행이기에 어쩔 수 없는 면도 어... 대선 전까지는 지켜봐야"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KDB생명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산업은행은 연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산업은행 역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계속된 유상증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KDB생명, 건전성 ‘위기’... 자본잠식 상태라는 평가 있어
2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KDB생명은 총자산 17조8540억원, 부채는 17조9888억원로 자본총계가 -1348억원으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KDB생명은 "IFRS17 도입과 시장금리 하락, 보험부채평가 할인율 인하 등 외부요인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이 158.2%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상회해 보험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기자본 -1348억원에는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향후에 갚아야할 부채인 신종자본증권 2402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 신종자본증권을 고려하면 지난 3월말 KDB생명의 실질적인 자기자본은 -3750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175%를 기록한다. KDB생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은 3월말 13억원으로 지난해 말(29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킥스비율 역시 경과조치 적용 전은 53%로, 법정 최소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한다. 킥스가 100% 미만이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 평가 기준으로 평가하겠다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KDB생명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24.8%로, 이는 10개 중소형 보험사(DB생명, ABL생명, 하나생명, 동양생명, 한화생명, IBK연금보험, 처브라이프, 푸본현대생명, iM라이프 등) 중 두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에 KDB생명보험은 1분기 보고서에서 “1분기말 킥스 비율 수치는 산출 전이므로, 5월말 이내에 확정치로 정정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자본 확충을 위해 순이익 확대를 통한 이익잉여금을 늘리기 위한 신계약 CSM 확보를 위한 상품판매 포트폴리오, 투자 자산 리밸런싱 등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건전성 관리·유상증자라는 ‘두 가지 숙제’... “다음 정부 정책 봐야”
한국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그간 KDB생명에 1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연내 유상증자를 논의 중”이라며 “구체적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발행하면 회사가 증자의 결과로 신주를 발행하여 주식수가 늘어나게 되고, 기존 주주 또는 주주 이외의 제3자가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회사의 신주를 매입하게 되므로 발행주식총수, 자본금 및 자본총계가 증가하면서 회사의 실질자산이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산업은행 역시 건전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은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13.9%로, 2022년 13.40%에서 2023년 14.07%로 올라선 뒤 다시 13%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3분기 말만 해도 산은의 BIS비율은 14.36%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13%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BIS비율은 자금공급 여력과 연결되기에 정책자금 공급의 주요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BIS비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산업은행은 시간외매매를 통해 한화오션 보유 지분 4.3%인 1300만주를 1조원에 매각한 적 있다.
산업은행의 건전성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된 고환율에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의 업무 특성상 외화대출이 많고, 해외 연결 자회사들이 환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산은의 대출금 총계에서 외화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29.7%(57조원)다. 시중은행은 4~5% 수준이다.
투자 지분가치 하락도 산은의 건전성에 타격을 줬다. 주요 사례로는 한국전력공사 등 수익성이 낮은 공기업 주식 보유, HMM 등 주요 지분법 주식의 주가 변동에 따른 영업외손익 감소 등이 있다.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안정적인 자금 공급, 혁신성장기업·코로나19피해기업 지원 등 정책금융의 역할을 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BIS비율이 하락한 것이라는 평가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유상증자로 2조3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올해도 지난 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 650억원의 신주발행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국민의 세금이 계속 소모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유상증자가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며 “물론 부실기업에 세금을 쓰냐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KDB생명을 계속 매각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 품기로 결정한 이상 유상증자보다 나은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2012년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하고 2014년부터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하고 지난달 산업은행 산하로 편입됐다.
이어 “산업은행 역시 현재 건전성 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한화오션 지분 매각도 건전성 관리 선상에서 단행한 것이고, 무엇보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국책 목적에 따라 활용되는 은행이어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현재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도 6월에 끝나고, 차기 정부 정책 방향성에 따라 어떤 지원이 올지, 어떻게 정책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대선 전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