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연간 12.9조원 추가의료비 유발...감사원 "건강·실손보험의 청구·심사기능 연계해야"
- 실손보험이 연간 최소 12.9조원 추가의료비 유발...건보재정에도 3.8조원 부담 전가 - 실손 가입자가 비가입자 대비 외래진료 최대 7.7일 많아...입원일수도 최대 7.05배 - 감사원,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심사기능 연계 방안 마련 통보
[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실손보험이 연간 최소 12조9000억원 가량의 추가 의료비를 유발해 건강보험 재정에도 최소 약 3조8000억원의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非) 가입자 보다 훨씬 많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15일 감사원은 지난 5년간(2018년~2022년)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의 청구·지급 전수자료 약 10억건을 분석해, 이같은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 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의 이번 분석은 5년간 연인원 2억6521만명의 실손보험 청구 건수 3억1300만건과 건강보험 청구 건수 4억7600만건이 대상이었다. 이를 실손보험 비가입자를 기준으로 실손보험 가입 여부, 실손보험금 청구 여부 등에 따라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적용했다.
이번 분석 결과, 실손보험 가입자의 외래 진료 일수와 입원 진료 일수는 비가입자에 비해 각각 2.33∼7.7일, 1.54∼7.05일 더 많았다.
이에 따른 지난 2022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의 추가 의료 이용으로 총진료 비용은 12조9400억원∼23조2800억원 증가했으며,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은 3조8300억원∼10조920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초과비용의 연평균 증가율은 8.78%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만약 실손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건강보험에서 최소 연간 3조8300억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실손보험의 비급여 진료의 경우 지난 2022년 기준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 백내장 등의 상위 9개 비급여 진료에서 연간 3조5201억원의 초과비용이 발생했으며, 이 중 건강보험 재정에서 7210억원을 추가로 부담한 것으로 추정됐다.
비급여 진료는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급여와 달리 요양기관이 가격을 결정하고, 실손보험이 비급여 진료비를 보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급여 진료비가 전체 실손보험금(12억원~14억원)의 60%를 상회하고 특정 비급여 항목에 쏠림현상도 삼화되는 추세다.
비급여 가운데 가장 비용이 큰 항목은 물리치료의 경우 외래 진료와 입원 진료에서 각각 연간 1조2461억원, 1조2357억원이 추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가 보험사에 실손보험을 청구할 때 기재한 상병 코드와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급여공단부담금을 청구할 때 기재한 상병 코드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전체의 약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손보험만 청구하고 건강보험은 청구하지 않은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의료기관의 99%는 진료 후 2년 이내 건강보험을 청구하는데, 지난 5년간 동일 진료 건에 대해 실손보험에는 청구됐으나 건강보험에는 미청구된 사례가 730만건에 달했다. 이 결과, 환자는 실손보험금 2조3714억원을 청구한 반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금 2조2473억원을 청구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관계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이용 행태가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부담을 완화하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청구·심사기능을 연계하는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과잉 의료이용과 비급여 쏠림 등이 지속된다면 의료체계 왜곡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근본적인 진료 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손보험 청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료기관에 조사와 제재를 실시하는 등의 방안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감사원은 지동차보험의 경우 향후치료비의 지급 근거나 기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보험회사가 지급한 치료비 4조원 중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지급한 금액은 2조 600억원에 불과했고 향후 치료비가 1조9000억원에 달했다. '향후치료비'는 약관상 보상항목에는 없으나 피해자와 합의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치료비를 예측해 지급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국토부와 금융위에 향후치료비의 지급 근거 및 기준을 마련해 보험회사가 객관적으로 입증된 손해 범위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