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투자한 은행권 AI 전쟁...KB·우리·신한 '고객 접점 선점' 3파전 치열
- 신한·KB·우리은행, 생성형 AI 서비스 경쟁 가속화 - 금융당국, 망분리 규제 완화로 생성형 AI 혁신금융서비스 확대 - AI 은행원 등장...고객 접점 확대와 보안 강화 과제 주목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당국의 망 분리 규제 완화를 계기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챗GPT 등 AI 기술을 내부 업무부터 고객 접점까지 도입하며 서비스 차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기업 내부용 AI를 넘어 은행원 역할까지 수행하는 'AI 은행원' 서비스도 등장하면서 금융권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LG CNS와 협력해 개발한 챗GPT 기반 AI 서비스를 국내 은행권 최초로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내부 직원용 '생성형 AI 금융 지식 Q&A 서비스'와 고객 응대용 'AI 지점'에 생성형 AI 기술을 전면 도입했다. 10만 건이 넘는 업무 지식과 상품 설명서를 학습시킨 결과 업무 생산성과 고객 응대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B국민은행도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KB GenAI 플랫폼'을 오는 20일 전 직원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약 40개의 AI 에이전트로 구성됐다. 프라이빗뱅커(PB) 에이전트와 기업금융 전담(RM) 에이전트, 고객상담(CS) 에이전트 등을 핵심으로 각 에이전트 아래 4~5개의 하위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은행 역시 최신 AI 기술인 '에이전틱 레그'와 '리즈닝'을 융합한 직원 업무용 'AI 지식 상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질문 분석을 넘어 AI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탐색해 종합적인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외부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 기술 역량과 자체 인프라로 구축함으로써 보안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앞다투어 AI 서비스 경쟁에 뛰어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생성형 AI를 활용한 9개 금융회사의 10개 혁신금융서비스를 처음으로 지정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클라우드 기반 생성형 AI의 내부망 이용 서비스 21건과 소프트웨어서비스(SaaS)의 내부망 이용 20건 등 총 96건에 달하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추가로 지정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들이 규제 개선 혜택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은 지정된 혁신서비스를 신속히 시장에 출시해야 하며, 혁신과 보안의 균형을 위해 탄탄한 보안 체계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망 분리 규제 완화를 넘어 금융권 AI 이원 활용 체계도 마련했다. 상용 AI(GPT-4, HyperCLOVA 등)와 금융회사 내부망에 직접 설치하는 오픈소스 AI(Llama 3, Grok 등)를 동시에 지원하고 있으며,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과 '금융 특화 한글 말뭉치' 제공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은행들의 AI 관련 투자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무형자산 규모는 총 1조629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94%나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입출금 거래의 84.6%가 인터넷뱅킹으로 이루어지는 현 상황에서 디지털 경쟁력 강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은행들이 AI 기술을 고객 접점에 직접 활용하는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한은행은 'AI 브랜치'를 통해 고객이 창구를 방문했을 때 AI 은행원이 입출금 계좌 및 체크카드 신규 발급부터 외화 환전, 금융 문의까지 다양한 창구 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올해 상반기 서소문 지점을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노코드 기반 플랫폼을 도입해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는 일반 임직원도 손쉽게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다만 AI 도입에 따른 오류 가능성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생성형 AI의 편향(Bias)이나 환각(Hallucination)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 AI 7대 원칙'을 수립하고 관련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회사들 역시 보안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도 "기술 도입 자체보다 실제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장기적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