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탈 미얀마' 흐름 속 여전히 영업…지속 가능한 해법은?
국제사회 정세 불안 속 영업 지속…비판 고조 ESG 경영 외치던 은행, 인권 리스크 회피 가능할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쿠데타 이후 군부의 지배 아래 놓인 미얀마에서 여전히 지점 운영을 지속하고 있어 윤리적 책임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와 다국적 기업들의 ‘탈미얀마’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현지 지점 영업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1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대다수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2010년 초 미얀마에 사무소를 설립한 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법인 전환과 영업 확대를 추진해왔다. 현재는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곳이 많고,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현지 기업과의 지속적 협력과 한국 기업 지원이 주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이후, 유혈 진압과 인권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입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유엔과 국제인권단체들은 군부가 민간인을 향해 고의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들의 활동이 군부 정당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실제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과 싱가포르 DBS은행 등은 군부 쿠데타 이후 현지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뚜렷한 철수 계획 없이 영업을 지속하고 있어 국제 인권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일부 국제 NGO들 역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을 ‘미얀마 군부와 직간접적 관계를 유지하는 주요 해외 금융기관’ 들로 바라보고 있다. 미얀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현지 국영 은행 및 군부 연계 기업과의 거래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현지 고객 및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중심이라는 입장이지만, 어떤 기업이 실질적으로 군부와 연결돼 있는지는 복잡한 법인 구조로 인해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도덕적 책임에 그치지 않는다. 미얀마 내 정세 불안은 금융 리스크로도 직결된다. 외환 제한, 송금 지연, 갑작스러운 규제 변화 등으로 인해 현지 영업 환경이 불안정해졌으며, 일부 국제 기업은 자금 회수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은행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없지 않다. 은행 내부에선 미얀마 지점의 지속 운영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영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한국 금융기관이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경제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유엔 기업과 인권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단기적 철수보다는 ‘현지 인프라 지원을 통한 장기적 안정 기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들 역시 국민은행이 현지 사정을 이유로 완전히 사업을 철수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놓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얀마 정세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을 이유로 당장에 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시중은행들이 현지 정부와 최대한 연루되지 않도록 사업을 펼쳐나가는 일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얀마 상황이 장기화되며 은행들의 선택은 점점 더 국제사회와 국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지속 가능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